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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가 명가재건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술적으로 판 할 감독은 강한 압박과 공격적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한 토탈사커를 추구한다. 그의 스승인 요한 크루이프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측면을 강조한다. 그가 이끈 팀에는 특급 윙어들이 즐비했다. 측면으로 볼이 집중되지만 천편일률적인 크로스를 올리기보다는 측면을 중심으로 한 중앙과 유기적인 공격을 펼친다는 설명이 가장 적절할 듯 하다. 하지만 크루이프처럼 극단적인 공격축구를 구사하지는 않는다. 전방 압박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 선수들의 포지셔닝을 강조한다. 밸런스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측면을 활용해 재미를 봤던 맨유는 판 할 감독을 통해 퍼거슨 스타일을 진화시킬 수 있게 됐다.
다음시즌 맨유의 영입 후보를 보면 판 할 감독이 맨유에서 펼칠 축구를 예상할 수 있다. 일단 공격진은 예상대로 윙어들을 중심으로 영입리스트가 작성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윙어로 꼽히는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를 비롯해,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멤피스 데파이(PSV에인트호벤)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맨유를 떠날 것이 유력했던 나니 역시 판 할 감독의 만류속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판 할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는 로빈 판 페르시가 있기 때문이다. 판 페르시는 모예스 체제에서 부상과 슬럼프, 불화로 부진했지만,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는 꾸준히 득점포를 쏘아올렸다. 판 할 감독은 판 페르시를 중심으로 공격라인을 재편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맨유는 내년시즌 2억파운드를 투자해 선수단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돈싸움에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시즌 모예스 감독이 이적시장에서 선수수급에 실패한 것과 달리 판 할 감독은 일찌감치 자신이 원하는 팀을 꾸리겠다는 생각이다. 판 할 감독은 현시점에서 최고의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한 개성으로 스타들과 구단 수뇌부와 마찰을 일으켰던 전례가 많은데다, 첼시의 절치부심, 아스널의 투자, 리버풀의 부활로 다음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사상 유례없는 대접전이 예상되는 점에서 판 할 체제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적이 어떻게 나오든 다음시즌 이슈메이커 역시 맨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