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판할 체제' 맨유, 어떻게 변할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5-27 07:32


판 할 감독. ⓒAFPBBNews = News1

맨유가 명가재건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맨유는 지난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은 고사하고 유로파리그행마저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경질한 맨유는 신임 감독으로 루이스 판 할 감독(63)을 임명했다. 현재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판 할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끝나는데로 맨유 지휘봉을 잡는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판 할 감독을 보좌할 수석코치로는 올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가 맡기로 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판 할 감독이 맨유에서 보여줄 축구다. 판 할 감독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아약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 명문클럽들을 이끌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전력이 완성된 강팀 뿐만 아니라 알크마르 등 리빌딩이 필요한 팀을 맡아 성적을 낸 경험도 있다. 리빌딩이 필요한 '강팀' 맨유 입장에서는 최상의 선택이다.

전술적으로 판 할 감독은 강한 압박과 공격적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한 토탈사커를 추구한다. 그의 스승인 요한 크루이프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측면을 강조한다. 그가 이끈 팀에는 특급 윙어들이 즐비했다. 측면으로 볼이 집중되지만 천편일률적인 크로스를 올리기보다는 측면을 중심으로 한 중앙과 유기적인 공격을 펼친다는 설명이 가장 적절할 듯 하다. 하지만 크루이프처럼 극단적인 공격축구를 구사하지는 않는다. 전방 압박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 선수들의 포지셔닝을 강조한다. 밸런스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측면을 활용해 재미를 봤던 맨유는 판 할 감독을 통해 퍼거슨 스타일을 진화시킬 수 있게 됐다.

다음시즌 맨유의 영입 후보를 보면 판 할 감독이 맨유에서 펼칠 축구를 예상할 수 있다. 일단 공격진은 예상대로 윙어들을 중심으로 영입리스트가 작성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윙어로 꼽히는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를 비롯해,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멤피스 데파이(PSV에인트호벤)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맨유를 떠날 것이 유력했던 나니 역시 판 할 감독의 만류속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판 할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는 로빈 판 페르시가 있기 때문이다. 판 페르시는 모예스 체제에서 부상과 슬럼프, 불화로 부진했지만,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는 꾸준히 득점포를 쏘아올렸다. 판 할 감독은 판 페르시를 중심으로 공격라인을 재편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미드필드와 수비진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맨유가 올시즌 부진했던 이유는 중원과 수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미드필드진의 영입대상자에는 두가지 부류가 있다. 일단 토니 크로스(바이에른 뮌헨)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 같은 패스에 능한 유형이다. 또 하나는 케빈 스투르트만(AS로마) 같은 파이터형이 있다. 두 부류 모두 판 할 감독이 선호하는 미드필더상이다. 판 할 감독은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내는 창조적인 미드필더와 강력한 압박과 수비력을 지닌 전투적인 미드필더를 활용한다. 일단은 스투르트만 영입에 더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금 맨유에는 터프한 미드필더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맨유 수비를 지킨 네마냐 비디치-리오 퍼디낸드가 모두 떠난 수비진도 선수보강이 절실하다. 마츠 훔멜스(도르트문트)와 엘리아큄 망갈라(포르투)가 대체 자원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도 판 할 감독의 특징이 보인다. 공격축구를 신봉하는 만큼 공격빌드업이 가능한 수비수를 선호한다. 훔멜스는 '제2의 베켄바워'라 불릴 정도로 공격력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맨유는 내년시즌 2억파운드를 투자해 선수단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돈싸움에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시즌 모예스 감독이 이적시장에서 선수수급에 실패한 것과 달리 판 할 감독은 일찌감치 자신이 원하는 팀을 꾸리겠다는 생각이다. 판 할 감독은 현시점에서 최고의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한 개성으로 스타들과 구단 수뇌부와 마찰을 일으켰던 전례가 많은데다, 첼시의 절치부심, 아스널의 투자, 리버풀의 부활로 다음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사상 유례없는 대접전이 예상되는 점에서 판 할 체제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적이 어떻게 나오든 다음시즌 이슈메이커 역시 맨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