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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는 마지막까지 '맨시티답게' 이겼다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5-12 09:23


◇2년 만의 EPL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맨시티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맨채스터(역국)=ⓒAFPBBNews = News1

제라드와 수아레즈, 두 남자가 흘린 눈물의 끝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우승이 있었다. 퍼거슨이 떠나고 무리뉴가 돌아온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리버풀의 화려한 귀환과 아스널의 반짝 선두로 재미를 더했다. 5월로 접어들어서야 우승 향방에 낀 안개가 조금씩 걷혔을 정도. 맨시티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만의 방식'으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1일 밤(한국시각) 웨스트햄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으로 불러들여 거둔 2-0 승리를 돌아본다.

비겨도 되는 경기가 가장 어려운 법이다. 2위 리버풀과의 승점 차는 2, 득실차는 13. 맨시티의 자력 우승은 '승점 1점'이면 족했다. 심리적인 안일함에 팀이 흔들릴 법도 했으나, 놀라울 만큼 차분한 경기 운영을 보였다. 확실히 2년 전 우승을 맛본 이들이 또다시 그 자리에 섰다는 건 엄청난 자산이었다. 맨시티는 시작부터 아래로 눌러 앉은 웨스트햄에 늘 하던 방식으로 맞섰다. 선제골에 추가골까지 터진 후반 중반 이후에도 70%대의 볼 점유율을 기록한 이들은 '골 넣는 법', '이기는 법'을 몸소 증명했다.

실바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격을 창조해냈다. 야야투레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패스를 뿌렸고, 공격 방향을 좌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침투할 틈을 찾았다. 평소보다는 파괴력이 아쉬웠지만, 아게로-제코 투톱은 측면 및 후방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뛰며 상대를 끌어내려 했다. 콜라로프는 높은 선까지 전진해 실바의 공간을 꾸준히 메웠고, 여기에 사발레타까지 올라와 나스리와의 연계를 노렸다. 양 측면 수비가 위로 올라가 맹공을 퍼부은 만큼 하비 가르시아의 수비적 임무가 늘어났다. 근근이 볼을 갖고 직접 돌파하는 콤파니, 앞으로 뛰어드는 수비 형태로 위험에 노출된 데미첼리스를 보호하는 건 이 선수의 몫이었다.

주목할 점은 상대 진영을 찢어 놓는 부분 전술의 위대함이었다. 전력상 맨시티에 정면으로 도전할 팀은 자국 리그,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따져도 손에 꼽힐 정도다. 그만큼 무게 중심을 뒤로 내린 상대가 많았고, 맨시티는 익숙해진 파헤법을 웨스트햄에도 적용했다. 횡으로 늘어선 상대의 최종 수비라인 앞에서 볼을 돌렸고, 그 좁은 공간까지도 비집고 들어가 기어이 슈팅을 만들어냈다. 어디서든 볼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이어졌고, 볼을 제공하는 타이밍과 정확도가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이 모든 것은 발 밑에 둔 볼을 패스 혹은 슈팅으로 연결할 때, 사전 동작에 소모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서 시작했다.

맨시티는 중원을 부수는 작업에 측면 공략도 병행했다. 중앙에 있던 실바나 나스리가 측면으로 이동할 때, 측면 수비 및 투톱과의 삼각형이 만들어졌고, 이 진영에서 구현되는 일련의 패턴이 순간적으로 템포를 끌어 올렸다.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정지한 상태에서 상대 공격에 수동적으로 움직여야 했던 웨스트햄은 측면의 속도를 뒤늦게 따라가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맨시티의 크로스는 주로 낮게 빠르게, 그리고 중앙에서 침투해 오는 동료를 향해 꺾어주는 형태로 이뤄졌다. 상대 수비가 아래로 내려서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볼을 제공해 역동작을 일으켰고, 이 패스에 가볍게 발을 대는 방식으로 슈팅을 만들 수 있었다.

중앙-측면 모두 먹혀들지 않았을 땐, 중거리 슈팅이 정답이었다. 수비적인 색깔을 띠는 상대는 페널티박스 밖 지점까지 수비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해당 진영엔 슈팅이 가능한 각도와 거리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를 오롯이 활용할 만한 슈터를 갖춘 팀이 그리 많지는 않다. 슈팅에 힘이 들어가 골대를 벗어나는 경우도, 상대 수비벽을 맞고 튕겨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행히 맨시티는 이 공간에서 한방씩 해줄 수 있는 자원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었다. 선덜랜드와의 리그컵 결승전에서 야야 투레가 그랬듯 이번엔 나스리가 그 위치에서 선제골을 뽑아낸다. 여기에 박스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콤파니까지 한 골을 더 보탰다.

페예그리니 감독의 존재가 확실히 빛난 시즌이었다. 만치니 체제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멤버로 공격 완성도에 방점을 찍었다. 상대가 버스 두 대를 세우든, 텐백 축구를 하든 이를 초토화할 수 있는 저력을 만들어냈다. 특히 지공에서도 보였던 파괴력은 향후 몇 년 간 맨시티의 고공 행진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수비의 안정만 조금 더 기한다면 유럽 대항전에서 더 높이 날아오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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