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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뮌헨, '희망'과 '희망 고문' 사이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4-02 09:35



전반전, 현실적인 선택을 내렸?다. 수비벽을 켜켜이 쌓아 상대 흐름을 틀어막으려 했다. 후반전, 현실적으로 선택을 해야 했다. 공격에 힘을 실어 2차전 원정의 부담을 줄여야 했다. 이것이 리그 7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7라운드 만에 리그 최단 기간 우승을 달성한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을 상대한 '생존법'이었다. 2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맨유와 뮌헨은 한 골씩 주고받으며 1-1 무승부를 이뤘다.

맨유는 아예 내려앉았다. 뮌헨은 피를 흘리지 않고 중앙선 윗동네로 전진했다. 노이어까지 동참한 패스 콤보에 이들은 무려 7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뮌헨은 이번 대회 평균 점유율 69.3%로 1위). 선수 개개인이 볼을 소유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패스를 받으려는 2차 움직임이 탁월했다. 서너 명씩 모인 블록에서 서로의 거리를 10m 내외로 줄인 뮌헨은 볼 점유 지대를 상당히 매끄럽게 옮겨 나갔다. 이런 패스웍 앞에서 수비진의 빈틈을 감춰야 했던 맨유는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볼을 천천히 몰다가도 급격히 템포를 올린 로벤의 왼발 슈팅은 이들을 더 힘들게 했다.

뮌헨의 볼 소유가 무서웠던 건 좌우 측면으로의 전환이 빠르고 정확했던 데 있다. 가뜩이나 정신없었던 맨유는 측면 견제에까지 나서야 했는데, 필존스 쪽이 더 바쁜 편이었다. 몸을 반 정도 돌려 드리블 방향에 빠르게 대응하려고 했지만, 역동작이 아닌 순수 경합 장면에서도 리베리가 내는 순간 가속도를 따라가긴 어려웠다. 커버를 통해 수적인 우세를 만들려 했던 펠라이니와 퍼디난드도 무게 중심이 낮은 타입은 아니라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발렌시아가 도와주지도 못한 상황. 알라바까지 올라선 측면에서는 크로스가 몇 차례 살아 들어왔는데, 다행히도 실점은 없었다.

공격을 끊어내도 문제였다. 페널티박스 바로 앞 지점에서 볼을 끊어낸 맨유는 공격 시작 단계부터 방해를 받았다. 이 압박을 견디지 못한 펠라이니는 유효한 전진 패스를 뽑아내는 데 실패했다. 차라리 데 헤아의 골킥 중 상대 미드필더 크로스-슈바인슈타이거, 혹은 람과의 헤딩 경합에서라도 승리하는 것이 보탬이 될 법했는데, 이마저도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나마 패스를 원터치로 돌려놓으며 다음 장면을 이어나간 건 루니 정도. 이 선수의 스루패스를 향해 뛰어든 웰백의 움직임은 기가 막혔다. 보아텡의 뒤에서 움직이며 수비 방향 및 타이밍을 교란했고, 일대일 찬스까지 잡아냈다. 하지만 마지막 슈팅에 맨유팬들은 기가 찼다.


0-0으로 접어든 후반, 맨유는 긱스 대신 카가와를 투입해 공격의 시동을 걸었다. 여전히 뷔트너, 필존스 양 측면 수비가 공격에 가담하는 정도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펠라이니가 전진하는 빈도는 부쩍 높아졌다. 경기 중 처음으로 드러낸 공격적인 모습에 코너킥도 얻어낸다. 그리고 후반 13분, 비디치가 어려운 자세에서도 볼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 놓으며 첫 골을 뽑아낸다. 단신이었던 람(170cm)과 하피냐(172cm) 근처에서 움직이던 비디치를 보아텡이 너무 안일하게 풀어준 감이 컸다. 상대 골문까지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맨유로선 가장 현실적이고도 이상적인 득점 방식이었다.

맨유가 공격적으로 올라왔다는 건 그만큼 뮌헨이 활용할 공간도 많아진다는 얘기. 중앙으로 좁혀온 뮌헨은 보다 다양한 연계플레이를 펼친다. 맨유 수비를 등 진 상태에서 패스를 연결해 동료의 슈팅각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뮐러 대신 만주키치를 들여 보내 높이의 무게감도 늘렸다. 후반 21분, 왼쪽에 비해 잠잠했던 로벤-하피냐의 오른쪽 측면이 양질의 크로스를 제공한다. 만주키치의 머리를 거치던 볼 궤적에 맨유 수비의 시선은 쏠려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수비 범위는 이 과정을 정면에서 지켜보며 쇄도하던 슈바인슈타이거에게 미치지 못했다. 원정골을 내준 탓에 부담은 배가 됐다.

모예스 감독은 마지막 수를 던진다. 영 카드를 꺼내 필존스-퍼디난드-비치디-발렌시아를 꾸리고, 웰백-루니-영을 위로 올려보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루니나 캐릭 정도만 빼면 볼을 앞으로 보내는 작업이 영 신통치 않았다. 더욱이 70분 이후부터 비디치-퍼디난드 두 노장 수비라인은 지친 기색을 비쳤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상대에 대한 통제력이 확연히 줄었다. 추가 실점이 없었고, 역습 과정에서 마르티네즈(경고 누적)와 슈바인슈타이거(퇴장)의 2차전 결장을 이끌어낸 게 위안이라면 위안. 1-1 스코어가 맨유엔 '희망'일지, '희망 고문'일지 지켜보자.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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