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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선이는 훈련중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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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감독은 박은선의 현 상황을 묻는 질문에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몸상태가 아직 60~70%밖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극복해내야 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12월 초 서울시청 선수단이 재능기부를 위해 서울 가락고 여자스포츠클럽 발모아를 찾았을 때만 해도 박은선은 씩씩했다. 여고생 후배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1월 WK-리그 팀들의 제주도 합동 동계훈련을 앞두고 박은선은 부쩍 우울해졌다. '리그 보이콧'을 운운하며 자신을 밀어내려고 했던 스승들과 마주칠 일이 막막했다. 서 감독은 박은선에게 제주도에서 실업팀과 연습경기 일정을 일절 잡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정된 훈련공간에서 마주치지 않을 수 없었다. 서 감독은 "은선이가 제주도 훈련중 한 실업팀 감독과 우연히 마주친 일이 있다. 위로도 사과도 받지 못했다. 이후 더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박은선은 눈에 띄게 말수가 줄었다. 자주 눈물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 나서기를 꺼렸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심리학과 교수, 정신과 의사 등과 상담도 받았다. 우울증 약을 복용할 만큼 심각했다. 뒤늦게 여자축구연맹의 중재로, 감독들이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이번엔 박은선이 거부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다. 마음의 상처는 깊게 패였다. 감정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사과받을 일도 없고, 사과받고 싶지도 않다.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서 감독은 "11월 초에 이 일이 생긴 후 3개월이 지났다. 최소한 은선이에게 문자나 전화로라도 사과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WK-리그 드래프트 현장에서 6개 구단 감독들은 모두 우리를 외면했다. 그 자리에서 '미안하다' 한마디라도 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