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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괴짜' 카이오, 예절과 생계형축구를 말하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2-06 09:54


전북의 전지훈련지인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카이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참 독특한 '괴짜' 외국인 선수가 전북 현대에 나타났다. 성격이 이상하거나, 행동이 괴이해서 '괴짜'라고 표현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K-리그에서 봐왔던 브라질 출신의 외국인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라 그렇다. 전북 구단 관계자들은 이 선수를 두고 이렇게 표현한다. "완전 생활이 'FM'이다." FM은 'Field Manual'의 약자로 야전 교범을 뜻한다. 흔히 'FM같은 사람'은 '교과서대로 행동한다'는 뜻으로도 통칭된다.

2014년 전북에 입단한 '괴짜' 카이오(27)를 전북의 브라질 전지훈련지인 상파울루에서 6일(한국시각) 만났다. 첫 인상은 강인했다. 브라질 출신의 마르코스, 레오나르도와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장난끼도 가득했고, 활발했다. 겉으로 보기에 카이오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개성도 뚜렷한 다른 브라질 출신의 외국인 선수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과연 카이오는 정말 'FM같은 사람'일까.


4일 상파울루FC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최강희 전북 감독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카이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훈련 모습과 인터뷰를 통해 의문이 풀렸다. 오해였다. 그는 훈련 중 최강희 전북 감독이 부르자 냉큼 달려갔다. 곧이어 두 손을 뒤로 가지런히 모으고 반듯하게 서서 최 감독과 10분 넘게 대화를 나눴다. 그는 "감독님이 내가 서야 하는 포지션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지내신 분이고 뛰어나신 분인걸 알아서 더 배우고 싶어 얘기를 귀담아 듣는다"고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바른 자세로 앉아 주의 깊게 질문을 듣고 기자의 반응마저 살피며 미소를 보였다. 그는 예의를 중시하는 동아시아 문화를 이미 습득하고 있었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일본계 브라질인이다. 어머니가 브라질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다. 프로축구 선수가 되기 전까지 일본에 가보지 않았지만 그는 일본계 집안에서 자라 동아시아의 문화를 일찌감치 접했다. 카이오는 인터뷰 내내 '예절'이란 말을 강조했다. 그는 "어렷을때부터 어머니에게 예절과 예의를 듣고 자랐다.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얘기하시면 무조건 복종하면서 살았다. 나도 와이프나 아들한테도 항상 예절을 강조한다"고 했다. 문화가 익숙해서인지 선수 생활도 대부분 아시아에서 보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시즌을 세레소 오사카(J-리그)와 요코하마FC(J2-리그)에서 활약했다. 그는 일본에서 총 125경기에 출전해 43골을 넣었다. 일본무대에서 성공한 이유도 "예절과 예의를 강조하는 생활을 하다보니 일본 무대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다.


가족사랑이 남다른 카이오의 오른팔에는 아들 카완의 손바닥 모양을 새겨 넣은 문신이 있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양 팔에 새긴 문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가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담긴 문신이었다. 그의 오른팔에는 손바닥 모양의 문신이, 왼팔에는 포르투갈어로 'Familia(가족)'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는 "한 살인 아들 카완의 손바닥 모양을 문신으로 새겼다. 부모님과 가족의 이름도 같이 오른팔에 새겨 항상 이들을 위해 뛴다는 생각으로 나선다. 내가 잘해야 가족이 힘들게 생활하지 않는다. 브라질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굶지 않기 위해 축구를 한다. 해외에 나가서 성공만하면 가족은 물론 처가 가족, 친척까지 다 먹여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생계형 축구선수'라고 표현했다. 외국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브라질 출신 축구 선수들이 자기와 같은 입장이란다.

전북도 카이오가 경기장 밖 모습만큼 그라운드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최 감독은 올시즌 카이오를 최전방 공격수와 섀도, 왼측면 미드필더로 두루 기용할 예정이다. 특히 왼발 킥이 정확하고 강하며 1m87의 장신을 이용한 헤딩 공격에 능한 그의 공격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카이오는 "전북이 공격 지향적인 팀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 스타일에 맞춰서 플레이를 하겠다"며 "전북에 있는 많은 선수들이 팬들로부터 좋은 별명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나는 별명이 없었다. 나도 좋은 별명을 받을 수 있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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