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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청소기' 김남일(37·전북)에게 2014년은 '도전의 해'다. 37세의 나이에 2년간 몸 담았던 인천을 떠나 전북 현대에 둥지를 틀었다. 생애 첫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위한 늦깎이 도전이다. 또 월드컵의 해인 2014년, 그는 해설위원으로 색다른 도전에도 나선다. 김남일은 브라질월드컵 현장에서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시즌 준비에 돌입한 김남일을 3일(한국시각) 전북의 브라질 전지훈련지에서 만났다. 그의 아내인 김보민 아나운서의 질문을 통해 공개된 가족 이야기는 '아빠' 김남일과 '남편' 김남일을 엿볼 수 있는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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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김남일과 '남편' 김남일은 어떤 모습일까. 카리스마의 대명사인 김남일의 그라운드 밖 모습을 엿보기 위해 김보민 아나운서에게 인터뷰에 앞서 질문을 받았다. 김 아나운서의 첫 번째 질문은 질문보다 바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특별한 삶'이라고 늘 말하면서 우리는 연인들이 하는 걸 안한게 꽤 있다. 예를 들면 커플티 입기 같은 것이다. 해줄 수 있어?" 아내의 질문에 그는 부드럽고 차분하게 답했다. "천천히 하자. 느리게. 한 번에 다 하면 나중에 할 거 없잖아." 무뚝뚝한 김남일마저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가족의 힘이었다. 그는 아들 서우(7) 얘기가 나오자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아내의 질문은 "경기 후 다리에 얼음을 대고 나오는 아빠를 보면 서우가 아빠 발에 '호호'해주며 걱정한다. 가끔은 서우가 아빠를 키우는 것 같은데 어떤 아빠이고 싶어?"였다. 김남일은 "부족함이 많은 아빠다. 지쳐있을 때 서우를 보면 힘이 나고 위로를 받는다. 서우가 나랑 놀아주는게 맞다. 나는 아빠로서 50점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축구 선수로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축구 선수로 운이 좋았다.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대표팀 생활을 했고 지금도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축구 선수로는 점수를 매기기 힘들다." 아내가 김남일의 또 다른 고민을 세상으로 끄집어 냈다. "다시 태어나도 메시로 태어나지 않는다면 축구를 절대 안한다고 했는데, 그냥 힘들어서 한 넋두리야?"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축구 인생을 되돌아 봤다. 월드컵에 3회 연속 출전한 베테랑 김남일의 입에서 의외의 답이 나왔다. "메시나 호날두를 보면 축구하기가 싫어진다. 나는 메시나 호날두를 절대 못 막는다. 인정하면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축구를 체계적으로 다시 배우고 싶다. 어떻게 보면 내가 어릴 때도 (축구) 환경이 썩 좋진 않았다." 솔직한 심경 그대로였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