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남일의 축구&가족 이야기 "선수, 아빠로의 점수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2-04 08:21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진공 청소기' 김남일(37·전북)에게 2014년은 '도전의 해'다. 37세의 나이에 2년간 몸 담았던 인천을 떠나 전북 현대에 둥지를 틀었다. 생애 첫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위한 늦깎이 도전이다. 또 월드컵의 해인 2014년, 그는 해설위원으로 색다른 도전에도 나선다. 김남일은 브라질월드컵 현장에서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시즌 준비에 돌입한 김남일을 3일(한국시각) 전북의 브라질 전지훈련지에서 만났다. 그의 아내인 김보민 아나운서의 질문을 통해 공개된 가족 이야기는 '아빠' 김남일과 '남편' 김남일을 엿볼 수 있는 보너스다.

새로운 도전

"(이)영표 때문에 내가 지장을 많이 받았다." 인터뷰 시작부터 김남일은 지난해 12월부터 한 달간 겪었던 고충을 토로했다. 1월 초 전북 이적을 확정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지난해 인천과 계약이 끝나게 돼 있던 김남일은 후반기부터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마침 동기인 이영표가 그 해 10월 은퇴를 했다. 동시에 김남일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자 '이영표는 강의도 하고 다니는데 넌 뭐하냐, 그만둬라'라는 일부 팬들의 악플이 이어졌다. 그러나 머리가 복잡하던 시기에 그는 운명처럼 최강희 전북 감독과의 만남을 갖게 됐다. "40세가 넘어도 뛸 수 있다. 나이를 따지지말고 현재 능력만 보자. 어차피 지도자는 나중에 할 수 있지만 선수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최 감독의 진심이 담긴 러브콜에 김남일은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단숨에 정리했다. 그는 "선수생활을 접으려고도 했었는데 감독님과 미팅하고 난 뒤 내가 새로운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악플은 오히려 큰 도움이 됐다. "악플을 받아들이는 건 성격에 따라 다르다. 난 오기가 생긴다." 김남일은 오기와 기대로 시작하게될 2014년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인터뷰 내내 진지하던 그도 해설위원 얘기가 나오자 웃음을 보였다. "와이프 협박에 반 강제로 하게 됐다. 거절하기도 그렇고…." 와이프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단다. '해설위원' 김남일이 준비중인 전략은 '생동감'이다. 그는 "중심적인 역할은 이영표와 이용수 해설위원이 하시니 나는 옆에서 한 마디 던져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 생활 경험을 토대로 시청자들이 접하지 않았던 생동감 있는 멘트를 하면 신선하지 않을까"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남편 김남일-아빠 김남일

'아빠' 김남일과 '남편' 김남일은 어떤 모습일까. 카리스마의 대명사인 김남일의 그라운드 밖 모습을 엿보기 위해 김보민 아나운서에게 인터뷰에 앞서 질문을 받았다. 김 아나운서의 첫 번째 질문은 질문보다 바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특별한 삶'이라고 늘 말하면서 우리는 연인들이 하는 걸 안한게 꽤 있다. 예를 들면 커플티 입기 같은 것이다. 해줄 수 있어?" 아내의 질문에 그는 부드럽고 차분하게 답했다. "천천히 하자. 느리게. 한 번에 다 하면 나중에 할 거 없잖아." 무뚝뚝한 김남일마저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가족의 힘이었다. 그는 아들 서우(7) 얘기가 나오자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아내의 질문은 "경기 후 다리에 얼음을 대고 나오는 아빠를 보면 서우가 아빠 발에 '호호'해주며 걱정한다. 가끔은 서우가 아빠를 키우는 것 같은데 어떤 아빠이고 싶어?"였다. 김남일은 "부족함이 많은 아빠다. 지쳐있을 때 서우를 보면 힘이 나고 위로를 받는다. 서우가 나랑 놀아주는게 맞다. 나는 아빠로서 50점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축구 선수로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축구 선수로 운이 좋았다.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대표팀 생활을 했고 지금도 좋은 감독님을 만나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축구 선수로는 점수를 매기기 힘들다." 아내가 김남일의 또 다른 고민을 세상으로 끄집어 냈다. "다시 태어나도 메시로 태어나지 않는다면 축구를 절대 안한다고 했는데, 그냥 힘들어서 한 넋두리야?"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축구 인생을 되돌아 봤다. 월드컵에 3회 연속 출전한 베테랑 김남일의 입에서 의외의 답이 나왔다. "메시나 호날두를 보면 축구하기가 싫어진다. 나는 메시나 호날두를 절대 못 막는다. 인정하면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축구를 체계적으로 다시 배우고 싶다. 어떻게 보면 내가 어릴 때도 (축구) 환경이 썩 좋진 않았다." 솔직한 심경 그대로였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