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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추가 시간 결승골,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 페널티킥 선방…, 영화같다는 의미로 '서울극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나리오는 거추장스럽다. 서울은 '모 아니면 도', 무조건 이겨야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는 각오다. 광저우전은 '서울극장'의 최종회다. 갱은 없다. 휘슬이 울리는 순간 드라마가 쓰여진다.
최용수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사생결단이다. 해피엔딩만이 그들의 머릿속에 있다. 결승 2차전의 눈여겨 봐야 할 관전포인트 3가지를 추려봤다.
광저우 외국인 3인방 콘카(아르헨티나), 엘켄손, 무리퀴(이상 브라질)의 기량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1차전에서 골을 터트린 가오린의 슈팅력도 날카롭다. 홈이점을 앞세운 그 기세는 더 맹렬할 것으로 예상된다.
"흩어지면 다 죽는다. 뭉치면 산다. 모두가 다 잘해서 여기까지 왔다. 졌을 때는 모두가 못한 것이다. 공동책임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 할 것이다." 최 감독의 울림이다. 승부를 내야 하는 2차전이지만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서울에도 기회는 분명 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버텨야 한다. 선제골을 허용하면 부담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상대가 1골을 넣으면 2골, 2골을 넣으면 3골을 기록해야 한다.
최 감독은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중요하다고 했다. "내려서는 순간 상대의 기를 더 세워줄 수 있다." 최전방부터 거친 압박과 중원 장악은 필수다. 수문장 김용대를 비롯한 수비라인의 한 차원 높은 집중력도 요구된다. 우승컵의 첫 번째 관문은 무실점이다.
K-리그의 환희, 공한증은 유효
K-리그의 과거는 환희였다. ACL 전신인 클럽 챔피언십을 포함해 무려 10차례나 패권을 거머쥐었다. 1985~1986시즌 대우로얄즈의 우승을 시작으로 성남(1995~1996), 포항(1996~1997, 1997~1998), 수원(2000~2001, 2001~2002)이 챔피언에 올랐다. 2002년 ACL로 재편된 후에도 2006년 전북이 정상을 밟았다. 단판 승부로 바뀐 후에는 2009년 포항, 2010년 성남, 2011년 울산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ACL 최다 우승 리그다. 그 다음이 일본으로 5차례에 불과하다. 서울은 K-리그 팀으로는 11번째 역사에 도전하다. 구단 창단 이후 첫 ACL 우승을 기도하고 있다.
중국은 ACL에서 한 차례 우승(랴오닝·1989~1990)이 전부다. 10대1의 싸움이다. '공한증'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서울은 올해 조별리그에서 장쑤, 16강전에선 베이징과 맞닥뜨렸다. 3승1무로 절대 우위를 보였다. 물론 광저우는 차원이 다른 팀이다. "실력을 인정받았기에 여기까지 왔고, 이젠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게 진정한 실력이다. K-리그를 대표해 한국 축구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다." 최 감독의 약속이다.
역사의 주인공은 누가될까
ACL 우승 상금은 150만달러(약 16억원)다. 더 큰 선물은 각 대륙 클럽 챔피언이 참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권이다. 지난 시즌 트레블(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 FA컵)을 달성한 유럽 축구의 자존심 바이에른 뮌헨(독일)과 격돌할 수 있다.
베스트 11의 윤곽은 드러났다. 1차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차두리가 가세하는 것 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차전에서 각각 1골-1도움을 기록한 데얀과 에스쿠데로, 성남 시절 ACL 우승 경험이 있는 몰리나는 상대의 경계대상 1순위다. 국내파도 호시탐탐 주연을 노리고 있다. 윤일록이 올시즌 ACL에서 터트린 4골의 상대는 모두 중국팀(장쑤·3골, 베이징·1골)이었다. 고요한도 틈새를 노리고 있다. 하대성과 고명진의 허를 찌르는 중거리 슈팅도 기대해볼 만 하다. 김진규 김주영 아디 등 '수트라이커'와 저돌적인 오버래핑으로 골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차두리도 '비밀병기'다.
"광저우는 벌써 우승 축제 분위기인 것 같다. 우리는 이겨야 한다. 단판승부에서는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 당당하게 후회없는 경기를 할 것이다." 최 감독의 눈빛이 매섭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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