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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기자가 본 FA컵 결승전 '전북-포항, 이래서 우승한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10-17 15:27 | 최종수정 2013-10-18 09:01


◇포항 신광훈(왼쪽)과 전북 이승기가 볼을 다투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2013년 한국 축구 최강자의 자리를 놓고 신구 명문이 정면 충돌한다.

전북과 포항이 19일 오후 1시 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3년 FA컵 결승전을 갖는다. 1994년 K-리그에 첫 발을 내딪은 '신흥명문' 전북과 1973년 창단해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가' 포항의 맞대결은 최고의 카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두 팀은 FA컵 최다우승 타이(3회) 기록도 갖고 있어, 이번 결승전에서 승리하는 팀이 최다우승의 주인공이 된다. 우승과 함께 덤으로 주어지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출전권도 놓칠 수 없는 목표다. 스포츠조선의 전북, 포항 담당기자가 각 팀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철저히 파헤쳐 봤다.

전북이 이긴다=포항전 '대패'로 깨어난 승리 DNA

전북 현대는 2005년 이후 8년 만에 FA컵 우승에 도전한다. 단판 승부에서는 전력 이외의 변수들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그래서 전북의 우승이 예상된다. 우승을 위한 동기 부여가 넘쳐난다.

먼저 전력을 살펴보자. 전북은 선수 구성 및 전력에서 포항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 구성은 이견 없이 K-리그 최고 수준이다. 후반기부터 조직력까지 갖춰지며 FA컵과 리그 동시 우승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보여주고 있다. 공격수 이동국, 미드필더 이승기, 수비수 정인환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최정예 멤버를 꾸리진 못했지만 포항보다 앞선 전력임은 확실하다.

전력 외 변수들을 살펴봐도 전북이 유리하다. '설욕'의 기회다. 9월 8일 안방에서 열린 포항전에서 0대3으로 패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포항전을 '최악의 경기'로 규정했다. 위기가 기회가 됐다. 케빈을 중심으로 재편된 공격진이 4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끌고 있다. 최신식 클럽하우스의 오픈으로 선수단의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도 FA컵 우승을 위한 주요 변수로 꼽힌다. 홈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전북 선수들이 한 발 더 뛸 수 있는 원동력이다. 또 전북 선수단이 '최고참' 최은성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1997년 데뷔 이후 단 한번도 우승컵을 직접 들어올리지 못한 최은성(2001년 대전의 FA컵 우승 당시 부상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함)에게 첫 우승컵을 선사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김상식은 "우리는 모두 우승을 위해 죽을 각오로 뛰겠다. 최은성의 간절함까지 더해 경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역시 "홈에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반드시 포항을 이기고 우승하겠다"며 우승을 노래했다. FA컵 최다우승 타이틀에 '신흥 명문' 전북의 이름을 새길 일만 남았다.

포항이 이긴다 =이동국 없는 전북은 모터 빠진 경운기

올 시즌 K-리그는 포항 천하였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시즌에 돌입한 황선홍표 패스축구는 '스틸타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바람몰이를 했다. 초반부터 1위로 뛰어올라 고공비행 했다. 공수에 포진한 11명 중 눈에 확 띄는 선수는 없지만, 주전과 백업 구분 없이 실력이 평준화 되어 있는 게 선두 수성의 힘이었다. 지난해 FA컵 우승으로 비로소 정상의 열매를 딴 황선홍 감독의 용병술 역시 올 시즌 확실하게 발휘가 되고 있다.


전북은 포항의 밥이다. 최근 5경기 맞대결에서 3승1무1패로 앞섰다. 올 시즌에는 1승1무1패로 팽팽했지만, 득실차(4득점-3실점)에선 포항이 앞선다. 빠른 발과 패스를 활용한 공격으로 '굼뜬' 전북 수비라인을 공략했다. 경험과 파워를 두루 갖춘 중앙수비 듀오 김원일-김광석 앞에 전북의 공격은 무력했다. 무엇보다 '디펜딩챔피언'이라는 자부심과 '명가 포항'이라는 이름 아래 뭉치는 선수들의 응집력은 전북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번 FA컵을 보면 포항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곳곳에 있다. 올 시즌 포항과의 3차례 맞대결에서 2골을 터뜨린 이동국이 없다. 케빈은 포항 수비진 속에서 답을 찾지 못했다. 나머지 공격수들도 마찬가지다. 이승기마저 빠진다면 금상첨화다. 스피드가 느린 전북 수비진의 뒷공간은 좋은 먹잇감이다. 포항의 빠른 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 최근 7경기서 6골을 터뜨린 '가을전어' 박성호를 과연 전북 수비진이 막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명가의 수식어는 하루 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40년 역사 속에 다져진 강철전사는 그 누구보다 강하다. 완산벌에는 이번에도 포항 찬가인 '영일만 친구'가 울려퍼질 것이다.


박상경, 하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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