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형범과 서포터스가 만들어낸 감동의 드라마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7-11 14:21 | 최종수정 2013-07-11 14:22



'위아더 챔피언 마이 프렌드(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s)~~.'

퀸의 노래가 밤하늘에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서포터스는 김형범을 연호했다. 관중들은 스포츠가 만들어낸 갱 없는 드라마에 콧등이 찡해졌다.

경남FC와 고양HI의 FA컵 16강전이 열린 창원축구센터, 이재안의 극적인 결승골(1대0 승)로 경기가 마무리된 뒤 김형범은 라커로 향하고 있었다. 순간 서포터스들은 김형범을 계속 불렀다.

왼쪽 무릎을 심하게 다친 그가 방향을 틀어 다리를 심하게 절며 골문 뒤 서포터스석으로 다가갔다. "민준 아빠, 우리도 민준이 사랑해" 김형범의 백일된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플랜카드가 내려졌다.

서포터스석의 정명훈 회장이 2미터가 넘는 위험한 거리에 몸을 던지며 마이크를 건넸다. 김형범은 감사와 사과의 말을 전하며 머리를 숙였다. 스토리텔링의 시작은 열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이 0대4로 패한 6월 30일 전북전, 경기 후 지난해 경남에서 뛰던 전북 수비수 이재명이 서포터스석에 인사하자 김형범이 자신의 소속팀이었던 전북 응원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꼬일려니 최강희 감독이 머플러를 김형범에게 걸어줬다. 그가 전북 서포터스석에서 마이크 잡고 인사하자 경남의 팬들이 분노했다. 이후 김형범은 경남 서포터스 임원진과 만나 경위를 설명했고 사과했다. 6일 제주전 후에는 서포터스석에 가서 공식적으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사태가 마무리됐으나 이날 서포터스들이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다. 다시 한번 김형범은 인사했고 팬들은 진정성 있는 화합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의료 카트를 타고 서포터스석을 떠나는 그의 등 뒤로 서포터스의 따뜻한 한 마디가 던져졌다. "김형범 너는 이제 경남 선수야." 프레디 머큐리의 맑은 음색은 창원축구센터의 산허리로 울려 퍼졌고 서포터스도 관중들도 또 이를 지켜보는 프런트도 한 마음이 됐다. 70회의 지역밀착 마케팅 '도민 속으로'을 통해 팬에게 다가서고 있는 경남FC의 프런트들은 감동의 순간 축구가 주는 희열에 스포츠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심장이 바운스 됐다. 서포터스와 선수 그리고 프런트가 하나가 되는 이 순간 축구는 스포츠가 아닌 감동이었다. 한 여름밤의 여운은 밤 늦게까지 관중들에게 또 프런트들에게 남아있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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