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격'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달 16일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 명단을 발표할 당시의 일이다. 최 감독의 '최후의 여정'에 함께할 태극전사 명단에 대표팀의 중심인 '기-구 라인'이 없었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은 각각 경고 누적과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로 3연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최 감독이 수차례 밝힌 레바논전 전략이었다. 결과가 말한다. 하지만 최 감독의 파격은 결국 답이 되지 못했다. 졸전 끝에 간신히 승점 1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최 감독은 레바논전에서 '안정'을 내세웠다.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며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김남일과 한국영(쇼난 벨마레)을 기용했다. 김남일의 공수 조율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동량이 많은 한국영을 파트너로 낙점했다. 공격보다는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경기 운영을 하겠다는 최 감독의 의중이 담긴 선발 구성이었다.
최 감독의 '한 수'였던 김남일-한국영 카드는 결국 실패했다. 헐거워진 공간을 허용한 끝에 전반 12분 선제골을 내주며 리드를 내줬다. 경기 내내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겉돌던 한국영의 위치 선정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자리가 아닌 사람을 마크해야 했을 상황에서 하산 마툭에게 공간을 내줬고 실점을 허용했다. 한국영은 후반 4분 만에 김신욱과 교체됐다. 김남일은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특별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남은 2연전(우즈베키스탄, 이란)에서는 '독도 세리머니'로 징계를 받았던 박종우(부산)가 합류한다. 김남일 박종우 한국영 이명주(포항)의 조합을 두고 다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기-구 라인'을 제외한 최 감독의 선택이 '파격'이 될지, '도박'일지는 2연전 결과에 달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