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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전 전반분석]최강희호, 느슨한 압박이 화를 불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6-05 03:26 | 최종수정 2013-06-05 03:26


27일 파주 축구트레이닝센터에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소집됐다.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태극전사들이 훈련장에 나와 훈련을 했다. 김남일과 최강희 감독이 미니게임에서 공을 다투고 있다.
대표팀은 28일 레바논으로 출국해 다음달 5일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 원정 경기를 벌인다.
파주=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5.27/

중동축구를 효과적으로 상대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있다.

개인기가 좋은 상대의 기를 살려줘서는 안된다. 초반부터 철저한 압박을 통해 상대의 예봉을 꺾어야 한다. 전방부터 수비까지 전형을 컴팩트하게 유지하며, 2~3명이 상대를 둘러싸는 것이 효과적이다. 강한 압박이 상대에 부담을 주기 시작하면 공격도 살아난다. 중동의 수비는 조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최강희호는 레바논과의 전반전에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으로 조직력이 약해진 레바논이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개인 돌파 밖에 없었다. 오히려 한국이 레바논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다. 공수 간격은 넓었고, 미드필드와 공격진의 유기적인 압박은 존재하지 않았다. 헐거운 수비와 넓어진 공간에 레바논 선수들은 자신있게 일대일 공격을 즐겼다. 중원에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김남일 카드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수비가 흔들리다보니 공격도 자신있게 하지 못했다. 이청용만이 고군분투 했을 뿐이다. 안타까운 45분이 흘렀다. 최강희호는 5일(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전반전을 0-1로 마쳤다.

최강희 감독은 당초 예상과 다른 베스트11을 꺼내들었다. 기조는 안정이었다. 수비력과 안정감이 좋은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동국을 원톱에 세우고 오른쪽에 이청용, 왼쪽에 이근호을 배치했다. 김보경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한자리에는 예상대로 김남일이 포진했다. 그의 파트너는 당초 유력했던 이명주 대신 수비력이 좋은 한국영이 낙점됐다. 포백은 곽태휘와 김기희가 중앙 수비를 맡은 가운데 왼쪽에는 김치우, 오른쪽에는 신광훈이나섰다. 골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최 감독의 의도는 전반 12분 선제골을 허용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짧은 코너킥을 받은 하이다르가 한국의 왼쪽을 완전히 허물었다. 크로스가 수비 맞고 마툭에게 흘렀고, 마툭은 수비 한명을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기가 살아난 레바논은 역습마다 자신있는 돌파와 슈팅으로 간담을 서늘케 했다. 흔들리던 한국은 이청용이 살아나며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다. 23분 이청용은 이동국과의 2대1 패스를 받아 돌파 후 왼발슈팅을 날렸지만 아쉽게 골대에 막혔다. 31분에는 이근호의 크로스를 받아 이청용이 다시 한번 헤딩슈팅을 날렸지만 이번에는 골키퍼에 막혔다. 44분 이동국이 결정적 찬스를 잡았지만 크로스바를 벗어났다.

레바논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레바논전에 브라질행의 운명이 걸렸다. 승점 10점(3승1무1패)으로 A조 2위에 포진한 최강희호는 레바논을 꺾으면 조 1위를 탈환하게 된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선두 우즈베키스탄(승점 11·3승2무1패)은 이날 경기가 없다. 승점 3점을 추가하면 브라질행에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각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남은 우즈베키스탄, 이란전에서 1승만 추가하면 본선행이 확정된다. 7차전에서 축포를 터트릴 수 있다. 그러나 패배는 가시 밭길을 의미한다. 홈에서 두경기를 치르지만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후반 45분에 월드컵 8회연속 진출이 달려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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