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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25)이 열고, 데얀(32)이 마침표를 찍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하프타임에 승부수를 띄웠다. 로테이션으로 쉬게 한 고요한을 긴급 투입했다. 고요한, 이름 석자는 최 감독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청용의 동기로 2004년 중학교를 중퇴하고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10년가까이 미완의 대기로 남았다. 최 감독은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고요한에게 채찍을 가했다.
지난해부터 축구에 눈을 떴다. 그는 미드필더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빠른 스피드에 상대는 속수무책이었다. 고요한은 38경기에 출전, 1골-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일조했다.
올해 다시 변화가 있었다. 오른쪽 윙백에 차두리가 가세하면서 공중에 떴다. 그는 오른쪽 미드필더로 다시 이동했다. 더 이상 시련은 없었다. 고요한은 20일 대구전(4대0 승)에서 마수걸이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에 클래식 첫 승을 선물했다. 강원전에서는 후반 34분 빗장을 풀었다. 6분 뒤에는 그림같은 발리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 감독은 고요한은 떠올리면 입버릇처럼 "정말 최고 못된 놈"이라고 평가한다. '못된 놈'은 '영악하다'식의 최 감독 표현이다. 애정은 같하다. "축구 지능만큼은 K-리그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한다." 최 감독의 믿음에 화끈하게 화답했다. 고요한은 데얀의 결승골가지 어시스트하면 2골-1도움을 기록했다.
데얀도 이날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전반 16분 골대를 맞힌 그는 수차례의 찬스를 허공으로 날렸다. 후반 42분 결국 고요한의 패스를 결승골로 연결했다. 데얀은 시즌 6호골을 터트리면 득점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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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어떻게 도망가는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올해는 차분한 마음으로 어떻게 쫓아가는지를 보여주겠다." 최 감독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