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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은 뼈아픈, 울산 현대는 귀중한 승점 1점이었다.
봄비가 쉬지 않고 잔디를 적셨다. 변수가 많았다. 사령탑의 머릿속은 복잡했고, 사제지간의 지략 대결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명암을 가른 한 수를 해부했다.
고요한 변칙카드, 데몰리션 폭발
데얀이 골 기회를 잇따라 잡았지만 더 이상 달아나지 못했다. 울산이 행운의 만회골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전반 36분 마스다의 중거리 슈팅이 김승용의 몸을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서울 수문장 김용대는 역모션에 걸렸다. 2-1, 전반이 막을 내렸다.
하프타임, 라커룸에선
서울은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력도 흠이 없었다. 후반에는 상대의 거친 압박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듯 했다. 최 감독은 "상대가 뒤지고 있었다. 강한 압박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선수들에게 패싱 플레이로 템포를 조절하면서 수비 뒷공간을 노리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한 골차로 추격한데 만족했다. 그는 "전반전이 끝난 후 선수들에게 수비쪽으로 내려서는 경향이 있으니깐 나가서 압박도 같이하고 물러서는 것이 없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했다.
선수들이 반응했다. 후반 볼점유율은 57대43으로 서울이 우세했다. 다만 골결정력에서 허점을 나타내며 고비를 넘지 못했다. 울산은 공수 포지션 간격을 최대한 줄이며 서울을 거칠게 몰아쳤다. 역습 공격도 날카로웠다.
교체타이밍의 명암
김 감독이 먼저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21분 스피드와 골결정력을 겸비한 박용지를 투입했다. 역습을 위한 최후의 승부수였다. 최 감독은 곧바로 수비형 미드필더 한태유를 준비시켰다. 최 감독은 "태유가 투입되면 (하)대성이와 (고)명진이가 수비 부담을 덜 수 있다. 효과적인 패싱 플레이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태유가 들어가기 직전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 26분 세트피스에서 김치곤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최 감독은 한태유 대신 공격수 박희성과 날개 최태욱을 31분과 38분 차례로 출격시켰다. 김 감독은 후반 34분 수비형 미드필더 김성환을 불러들이고 중앙수비수 박동혁을 투입했다. 스리백으로 변신했다. 양쪽 윙백이 최후방 저지선에 가담하며 5명이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김 감독은 "수비가 자꾸 흐트러지는 것을 보고 안정을 꾀했다. 2-2 동점에서 상대가 계속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봤다. 오히려 역습을 시도하기 위해 박동혁을 기용했다. 김성환은 부상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교체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김주영은 경기 종료 직전 박용지의 역습을 봉쇄하다 경고 2회로 퇴장당했다. 서울은 경기력에선 압도했지만 첫 승의 벽은 넘지 못했다. 울산은 기분좋게 서울 원정을 마감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