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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몽 트리오' 도전, 스포츠 수장 재벌시대 지났는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1-09 17:57


그래픽=김변호 기자

한국 스포츠의 역사적인 현장에는 고 정주영 회장이 창업한 현대가 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는 그의 뚝심과 개척정신이 일궈낸 작품이다. 대를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도 현대가 한 획을 그었다. 정 회장의 6남인 정몽준 현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진두지휘했다. 현대가 이룬 환희의 과거는 지워지지 않는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아있다.

세월이 또 흘렀다. 역사는 생물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발전은 없다. 소유와 무소유의 균형에서 또 한 걸음 내딛는다. 스포츠는 삶의 질이다. 국민의 기본권이자 가장 적은 비용으로 행복지수를 증진할 수 있는 통로다. 대기업의 경우 스포츠는 공익사업이다. 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명제가 깔려 있다.

체육단체장 선거로 스포츠판이 후끈 달아올랐다. 이달 중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장 선거에 이어 2월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현대가(家)의 행보에 물음표가 달렸다. 마치 스포츠가 현대가의 계열사인 듯 '내가 아니면 안된다' 식의 소유욕에 갇힌 형국이다.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연간 예산이 1000억원으로 대한체육회와 맞먹는 '공룡단체' 대한축구협회는 현대가에서 또 다른 4년을 노리고 있다. 정몽준 명예회장(62·MJ)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51)이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와 함께 프로축구연맹 총재에서 물러난 정몽규 회장은 MJ의 사촌동생이다. MJ가 축구협회 수장에 오른 것은 1993년, 16년간 한국 축구를 이끌다 2009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십수년간 보좌한 조중연 회장에게 '축구 대권'을 넘겨줬다. 조 회장은 MJ의 영향력에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알려졌다. 결국 MJ는 무려 20년간 축구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 정몽규 회장의 출마로 '현대가 세습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전후해 외적 성장은 괄목할 만했다. 1993년 당시 축구협회의 연간 예산은 약 65억원에 불과했다. 1000억원 시대가 열렸다. 자립경영이 가능해졌다. MJ 시절 이룩한 업적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평가는 엇갈린다. 한 협회관계자는 MJ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을 통해 인력은 파견했지만 사재를 출연한 적은 없다고 전하고 있다.

실정도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였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밀실 경질, 횡령과 절도를 한 회계 담당 직원에게 거액의 특별위로금(약 1억5000만원) 지불, 박종우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한 저자세 외교 등으로 온 국민의 원성을 샀다. 씨앗을 뿌린 현대가에 책임이 있다. 스포츠는 페어플레이가 첫 번째 덕목이다. 어느 조직보다 깨끗해야 한다. 축구협회는 냉혹한 개혁이 필요한 시기다. 비리 직원에게 왜 특별위로금을 지불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 발 물러서야 할 때다. 그러나 브레이크는 없다. 축구협회장 선거는 28일 열린다.

MJ는 다음달에 있을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로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기 위해 선거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무성하다.


이 뿐이 아니다. 현대가는 또 다른 단체의 수장 자리에 도전장을 냈다. MJ의 사촌동생인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57)이 9일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본선 진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의원들에게 5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뒤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기업가가 나서야 하는 명분도 떨어진다. 아이스하키협회는 서울목동아이스링크 사업을 중심으로 재정적으로 탄탄한 편이다. 대표팀 성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남자의 경우 지난해 세계아이스하키주니어선수권대회 디비전2 우승, 세계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B 우승을 차지했다. 디비전1 그룹A 승격을 일궈냈다.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도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B에서 3위를 차지했다. 남자대표팀은 지난해 11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예선에서 아쉽게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평가는 달랐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HHF)은 '한국은 더 이상 쉬운 상대가 아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비록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한 최종예선 진출이 무산됐지만 한국 아이스하키는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 자국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전망을 밝혔다'고 분석했다.

체육계에선 정몽준-정몽규-정몽원 패밀리의 등장에 '몽 트리오의 도전'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 수장과 재벌의 동거, 과연 2013년의 시대 정신일까.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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