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K-리그가 사는길]새로운 30년을 설계하자-③눈높이를 정하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12-31 18:01 | 최종수정 2013-01-03 11:12



"프로라면 당연히 높은 곳을 쳐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새 시즌을 맞이하는 대부분의 구단이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말이다. 척박한 현실은 논외다. 모두가 가장 높은 목표를 잡고 스타트 라인에 선다. 한 해 전 받아든 성적표는 해가 바뀌면 잊혀진다. 모두가 우승과 관중의 물결을 노래한다. 1등 만을 바라보는 성적지상주의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런 기현상은 결과적으로 리그 경쟁력 뿐만 아니라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소가 된다. 어느 정도 순위가 정해지는 시점에서 상위권 진입에 실패한 팀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린다. 동기부여 요인이 사라지면 경기력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승강제라는 새로운 생존환경이 갖춰지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 지난 시즌이 반면교사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마지노선과 강등권에 속해 있던 일부 팀을 제외하면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경향이 뚜렷했다. 잔뜩 기대를 품고 시즌을 바라보던 팬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현실을 직시하자. 모두가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은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K-리그의 강약 구도는 명확하다. FC서울과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수원 삼성, 울산 현대 등 소위 매년 우승후보로 꼽히는 '빅5'가 리그를 주도하고 있다. 장기 불황과 우수 자원의 해외 이탈 가속화로 나머지 구단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플릿 그룹A 진입, 강등권 탈출 같은 단기적인 목표보다 최소 몇 년 뒤 중상위권 진입 같은 중장기적인 목표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선수 영입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목표와 계획을 갖고 여건에 맞는 선수를 데려와 쓰면 된다. 굳이 수 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주지 않고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유스 시스템에 투자를 할 수도 있다. 'K-리그의 인재풀'로 거듭난 포항 스틸러스나 전남 드래곤즈 같은 성공사례가 나아갈 길이다.

관중 동원은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판만 벌려놓는 식으로는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지역 여건과 정서에 맞는 홍보-마케팅 툴을 개발하고 실천해야 한다. 지난해 지방을 연고로 한 제주 유나이티드(45.4%)와 대구FC(12.8%)가 16개 구단 중 '유이'하게 관중 증가를 기록했다. 수도권 연고 구단이 아니더라도 노력하면 충분히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사례다. 단순하게 숫자만 늘리려는 노력은 무의미 하다. 관중 부풀리기에 곧잘 동원되는 공짜표 남발은 구단 수익 뿐만 아니라 가치까지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합리적인 가치 책정이 당장은 손해일 지 몰라도 올바른 문화로 가는 첫 걸음이 된다. 올해부터 관중수가 수익과 직결된다. K-리그 이사회는 그동안 각 구단에 100% 균등 지급하던 프로연맹 사업 수익금 규정을 손질했다. 50% 균등 지급, 나머지 50%는 관중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판을 키울 수는 없지만, 길게 내다보면 잠재고객 확보 같은 답이 나온다.

2부리그 8팀도 현실적인 도전이 요구된다. 당장 1부리그에 진출한다는 장밋빛 꿈보다는 1부리그에서도 버틸 수 있는 팀을 만드는 작업이 우선이다. 지속적인 수익과 흥행을 위한 연고지 밀착도 중요하다. 최상위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1부리그 팀과 같은 준비와 움직임으로는 팬심을 잡기 힘들다. 팬들의 눈높이는 '프로'라는 간판에 쉽게 현혹될 정도로 어수룩 하지 않다.

이상을 실현시키는 것은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무리한 목표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30주년을 맞이하는 2013년 K-리그의 과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