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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하면 지고, 설레면 이긴다.'
유럽을 꿈꾸는 신세대 선수들은 용감하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일단 나가보고 싶다'는 설렘이 우선한다.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군대 걱정마저 털어낸 일부 선수들에겐 더욱 그렇다.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경험이 될 뿐더러 만회할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은 선덜랜드에서 지난 2년간 마음고생이 심했다. 마틴 오닐 선덜랜드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했고, 20세 이하 리그를 전전하며 기다림의 시간이 깊었다. 그러나 연말 임대 협상 테이블에서, 친정 전남 드래곤즈 유턴을 완강히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우크스부르크행이 확정됐다. 선수측 의지가 강력했다. 꿈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채 돌아올 생각은 결코 없었다. 유럽 잔류를 원했다. 팬들의 걱정어린 시선에도 트위터를 통해 '저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씩씩한 인사를 전했다. 비록 벤치에 머문다 하더라도 시야가 넓어진다. 내로라하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함께 훈련하고, 선진리그 구단 및 팬들과 소통하며 받는 문화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인생에서 배우는 것이 정말 많다. 외국어 하나라도 제대로 배운다는 생각이다. 당장의 실리보다는 젊은 시절 돈으로 못살 '경험'을 선택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해외파 선수들은 열이면 열, 긍정적인 답을 내놓는다. "기회가 되면 무조건 나와라. 못 뛰어도 도움이 된다"는 말로 동료들의 해외진출을 독려한다.
물론 에이전트들의 농간에 '놀아나면' 안된다. 최근 갖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실력도 안되는데 바람만 들어서도 안된다.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적응에 실패할 경우 팬들의 따가운 비난 역시 각오해야 한다. K-리그 스타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팽배하다. 자칫 적응에 실패할 경우 이들의 경기력 저하는 대한민국 축구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나가고 싶다.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축구인생에 집중하고 있다. "실패도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마음도 한결 가볍다. 눈앞의 실리보다는 돈으로 못살 '경험'과 선진적인 '축구환경' '라이프스타일'을 꿈꾼다. 긴장하기보다는 설레는 이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