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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냅 감독 믿음 확인한 박지성의 첼시전 3분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1-03 16:53


사진캡처=SBS 방송화면

3일(이하 한국시각) 첼시의 홈 구장인 스탬포드 브리지의 시계가 멈췄다. 3분의 인저리타임이 적용되기 직전이었다. 교체아웃 사인이 났다. QPR(퀸즈파크레인저스)의 미드필더 에스테반 그라네로가 걸어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방송 화면은 그라네로만 비췄다. 교체 선수는 베일에 쌓여있었다. 그라네로가 사이드라인에 가까워지자 드디어 교체선수의 얼굴이 공개됐다. 박지성(32)이었다. 그라네로와 악수를 나눈 박지성은 힘차게 그라운드로 달려나갔다.

한 달여만이었다. 지난달 2일 애스턴빌라전 이후 무릎 부상으로 사라진 뒤 32일 만이었다. 첼시전 결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좋게 산산조각냈다. 해리 레드냅 QPR 감독마저도 1일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훈련에 복귀했지만, 출전은 불투명하다"며 우려를 나타냈었다. 이날 박지성은 교체명단에 포함되긴 했지만, 실제 경기에 투입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그러나 레드냅 감독이 꺼낸 카드는 박지성이었다. 1-0으로 간신히 앞선 상황에서 체력이 떨어진 그라네로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대체 선수가 필요했다. 반드시 한 골을 지켜내야 했다. 때문에 여느 수비수 못지 않은 박지성의 수비력이 절실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지성은 끈끈한 수비를 펼쳤다. 공격보단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2013년 첫 경기에서 팀이 시즌 2승을 챙기는데 힘을 보탰다.

박지성의 첼시전 출전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레드냅 감독의 믿음을 확인했다. 이날 교체 명단에는 박지성을 비롯해 키어런 다이어, 안톤 퍼디낸드, 알레한드로 파울린 등이 이름을 올렸다. 1일 훈련에 복귀한 박지성의 몸 상태는 100%가 아니었다. 굳이 무리시킬 필요가 없었다. 경기 막판 수비력 강화를 위해선 중앙 수비수 퍼디낸드와 수비형 미드필더 파울린의 활용이 더 나은 선택처럼 보였다. 그러나 레드냅 감독이 믿음을 드러낸 선수는 박지성이었다.

한 경기 출전으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레드냅 감독의 선수 운영에서 배제되지 않았다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동안 레드냅 감독은 QPR 부임 이후 이번 시즌 마크 휴즈 전 감독이 영입한 선수들을 향해 쓴소리를 냈다. 높은 연봉에 비해 경기력이 형편없다고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박지성도 주급 6만파운드(약 1억원·추정치)를 받고 있는 고액 연봉자에 포함된다.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입지에 대한 불안함도 감지됐다. 레드냅 감독 부임 이후 2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했다.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니콜라스 아넬카(상하이 선화), 조 콜(리버풀) 등 특급 공격수 영입설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첼시전 출전으로 걱정을 끝냈다. 주전멤버는 아니더라도 후반 조커로 기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박지성이 팀의 강등 탈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해야할 역할이 될 가능성이 높다.

꼴찌 QPR(퀸즈파크레인저스)이 강호 첼시를 1대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킨 것 외에도 다른 기록들이 양산됐다. 이날 첼시전 승리는 QPR의 올시즌 원정 마수걸이 승리였다. 지난 12월 16일 오매불망 기다리던 시즌 첫 승은 안방에서 달성했었다. 특히 QPR의 원정경기 승리는 14개월 만이었다. QPR이 마지막으로 원정 승리를 맛본 것은 11월 20일 스토크시티 원정이었다. 당시 3대2로 이겼다. 기록이 또 하나 작성됐다. QPR이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홈팀 첼시를 꺾은 것은 1983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첼시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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