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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축구대통령의 자격, 이런 분이 와야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3-01-01 08:52


정몽규 총재. 스포츠조선DB

허승표 회장. 스포츠조선DB

대한축구협회장은 '축구 대통령'이다. 그만큼 큰 권력과 책임을 갖는다. 이제 곧 뽑힌다. 제52대 협회장, '축구 대통령'이 나온다.

'아무나'가 되면 절대 안된다. 어느 때보다 지어야 할 짐이 크고 무겁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같다. 잘 못 뽑으면 한국축구가 망한다.

이런 '분'이 됐으면 좋겠다. 소통을 이끌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

그동안 축구계는 '내편', '네편'으로 나눠졌다. 특정 인맥과 학연이 판을 친 결과다. 'OO계' 사람이어야만 요직을 차지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일을 하려면 적어도 그 쪽에 잘 보여야 했다. 정치판 같았다.

그러니 소통을 기대할 수 없었다. 남의 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이른바 '재야세력'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어느 권력치고 반대의견을 무시해서 잘되는 걸 본 적이 없다.

분열은 당연한 결과다. 함께 해도 힘든 일이 많았다. 잘 될 턱이 없다.

차기 협회장은 소통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 누가 되든 반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축구발전에 너와 나, 내편 네편은 없다.

이런 '분'이 됐으면 좋겠다. 축구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분'을 모시고 싶다.


한 때 축구는 정치의 표적이었다. 축구동호인들의 엄청난 표심을 정치권이 놓아 둘 리 없었다. 16년간 협회를 이끌었던 정몽준 전 회장도 이 바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물론 정 전 회장의 축구계에 바친 노력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2002년 월드컵 유치는 대표적인 성과였다. 하지만 정치인이란 신분에 '순수성'은 의심 받았다. 축구에 헌신하기에 정치는 부담이었다.

이제는 정치가 스포츠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축구는 축구를 위해 살아온, 축구만을 생각해 온,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돼 있는 '축구인'이 맡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사리사욕'은 안된다, '정치야욕'을 위해 나서는 사람은 절대 안된다. 그런 사람은 민심이 먼저 'NO'라고 할 것이다.

이런 '분'이 됐으면 좋겠다.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여줄 '분'이면 좋겠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는 무능력한 외교로 비난을 받았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에 보낸 '굴욕 이메일',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치욕이었다. 이 뿐 아니다. 말로만 '아시아의 맹주'다. 힘은 하나도 없다. 1954년 아시아축구연맹이 문을 연 뒤 한번도 회장을 맡은 적이 없다. 늘 '중동텃세' 운운 하기만 한다. 힘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모든 게 외교력의 부재 탓이다. 국제적 감각을 가진 분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축구의 흐름을 봐야한다. 힘을 키우는 게 급하다. 외교 전문인력 양성도 늦출 문제가 아니다.

투명한 행정도 같은 맥락이다. 횡령 직원에게 1억5000만원의 퇴직위로금을 주는 축구협회는 더 이상 필요없다. 이건 국제적 망신이다. 위상을 깎아먹는 행위다.

이런 '분'이 됐으면 좋겠다. 한국축구의 '백년대계'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이 와야 한다.

축구협회는 A대표팀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모든 축구계를 아울러야 한다. 편중된 관심은 기형적인 판을 만든다. 그동안은 그렇게 해 왔다. 안된다. 모든 게 무너진다. 갈수록 떨어지는 A매치에 대한 관심이 무엇을 말하는 지 잘 알아야 한다.

앞서 말한대로 정말 할 일이 많다. 어린 꿈나무 육성, 지도자 양성, 지속적인 인재관리 프로그램, 풀뿌리 축구에 대한 지원, 축구 인프라 강화…. 한국축구 100년을 위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백년대계'를 세우고, 이끌어갈 '적임자'가 자리에 앉아야 한다.

바라는 게 많다고 할 지 모르겠다. 아니다. 꼭 필요한 몇개만 말 한 것이다. 최소한의 자격조건이다. '축구 대통령'은 그래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선거가 얼마남지 않았다. 어느 때 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한다. 꼭 그런 '분'이 뽑혔으면 좋겠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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