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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서정원 수원 감독이 몰고 올 변화는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12-21 17:47


서정원 감독이 수원 삼성 블루윙스의 4대 감독에 공식 취임한후 19일 오전 홈구장인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윤성효감독이 자진 사퇴의 형식으로 물려난 가운데 수석 코치에서 지휘봉을 잡게된 서정원 감독은 수원의 레전드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블루윙즈에서 활약하며 K리그 우승 2회를 비롯해 아시아 클럽 챔피언십 우승 2회 등 총 8차례 우승을 일궈냈었다.
서정원 감독이 수원 월드컵 경기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2.19/

수원의 서정원 감독 선택은 파격이다. 그동안 수원은 최고의 감독만을 선임했다. 창단 감독이었던 김 호 감독(1996~2003년)과 그 뒤를 이은 차범근 감독(2004~2010년) 모두 연륜과 능력, 스타성을 갖춘 감독이었다. 2010년 선임된 윤성효 감독은 이름값에서는 전임 감독들에 밀렸다. 하지만 숭실대를 대학 최강팀으로 만든 능력을 인정받았다.

전임 감독들에 비해 서 감독은 초보다.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 수원에서 코치만 했다. 단 한번도 팀의 수장이 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수원은 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3년 계약을 해 시간도 넉넉하게 주었다. 이유가 있다. 수원은 서 감독이 몰고 올 '구단 안팎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수원은 올 시즌 만신창이가 됐다. 모기업인 삼성전자의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4위에 그쳤다.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손에 넣었지만 과정이 탐탁지 않았다. 3위 포항이 FA컵에서 우승한 덕분에 얻은 어부지리였다. 자존심을 구긴 선수단도, 팬들도 모두 가슴에 큰 상처를 받았다. 서 감독은 상처를 치유할 적임자다. 올해 1년간 수석코치로서 선수들을 잘 이해하고 다독였다. 어머니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 땅에 떨어진 선수들의 자존심을 끌어올릴 참이다.

동시에 팀 내에 스며든 '수원병' 퇴출에도 나선다. 수원은 최고 선수들에게 최고 대우를 한다. 때문에 수원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들에 비해 많은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올 시즌은 역효과가 났다. 선수들의 마음 속에는 자부심이 아닌 자만심이 자리했다. 승부에 대한 집념도 사라졌다. 7월 포항 원정에서 0대5 대패를 당하는 등 굴욕을 겪은 것도 모두 '수원병'이 도졌기 때문이었다.

'수원병'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서 감독은 20일 독일로 향했다. '은사' 디트마르 크라머 감독과 만난다. 1991년 바르셀로나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크라머 감독은 서 감독과 줄곧 관계를 맺으면서 큰 도움을 줬다. 1998년 스트라스부르(프랑스), 2005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이적도 그의 작품이다. 지난해 독일 보훔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은 것도 크라머 감독의 도움 덕분이었다. 백전노장인 크라머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를 꿰뚫어보는데 능하다. 서 감독은 출국전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 여러가지 조언을 듣고 올 것"이라고 밝혔다.

서 감독 부임으로 K-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 감독은 최용수 서울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 등과 함께 젊은 40대 감독으로서 신선한 바람몰이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원과 서울이 펼치는 K-리그 슈퍼매치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 감독은 슈퍼매치의 전신인 지지대 더비(서울이 연고이전 하기 전 안양에 있을 때 수원과 펼쳤던 라이벌전. 수원과 안양 사이에 있는 지지대라는 고개에서 이름을 따왔다)에 불을 지핀 주인공이다. 현역시절 서 감독은 안양에서 활약했다. 1998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로 진출한 서 감독은 1999년 K-리그로 돌아왔다. 문제는 복귀팀이 안양이 아닌 수원이었다는 점이다. 이적료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 팀은 법정공방까지 벌였다. 분노한 안양팬들은 수원과의 경기를 앞두고 서정원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당시의 앙금은 여전하다. 슈퍼매치의 열기는 내년시즌 더욱 후끈 달아오를 것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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