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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하버드서 깜짝 강의 "맨유 매니저란…"

이재훈 기자

기사입력 2012-12-21 14:12


하버드 강단에 선 퍼거슨 감독. 사진=엘버스 교수 트위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70)이 세계 최고의 대학 하버드 강단에서 교수로 변신했다.

하버드 대학 매체인 '하버드 가제트'는 "퍼거슨 감독이 지난 가을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의 초청을 받아 강의를 했다"고 20일(한국시각) 뒤늦게 전했다.

이 자리에서 퍼거슨 감독은 26년간 세계 최고 브랜드 가치의 구단을 이끈 노하우와 철학을 80분간 열정적으로 들려줬다.

퍼거슨 감독의 강의는 이 대학 아니타 엘버스 교수의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엘버스 교수는 지난 해 '퍼거슨 리포트'라는 주제로 대학원생들을 이끌고 영국 맨체스터를 방문해 퍼거슨 감독과 선수들, 구단 경영진을 인터뷰하며 성공 사례를 분석했다. 그는 리포트의 마지막 챕터를 완성하기 위해 퍼거슨 감독을 특별 초청했다.

짬을 내 미국으로 날아온 퍼거슨 감독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 나이에 젊은 이들의 미래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게 기쁘다"면서 "학생들의 프로의식은 놀라웠다. 성의있는 숙제와 열성적인 수업태도 덕분에 나도 많이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정리한 강의 중 일부 멘트다.

'내가 이 얘기를 너희에게 천 번쯤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말을 시작하는 코치를 봤다. 선수들 반쯤을 졸고 있는 게 보였다. 상상력을 동원해 좀 더 다른 스토리를 전달해야 한다. 이탈리아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 공연을 본 적이 있다. 클래식 공연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한 파트가 시작하고 한 파트가 멈추는 오케스트라를 보고 조화와 팀워크를 생각하게 됐다. 선수들에게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완벽한 팀을 이루는지 설명한 기억이 있다.

난 상대 주축 선수 1명 또는 2명에만 집중한다. '누가 프리킥을 차는가' '누가 볼 점유율이 높은가' '누가 가장 도발적인가' 그 1~2명을 빼곤 우리 팀 전술에만 신경 쓴다.


전반이 끝나고 피치에 다시 서기까지 8분이란 시간이 있다. 이 때가 가장 중요하다. 이기고 있을 땐 모든 게 쉽다. "만족하지 말고 집중하라"고 하면 된다. 반면 지고 있을 땐 반드시 임팩트를 줘야 한다. 전반 종료 몇 분 전부터 난 선수들에게 무엇을 말할까 집중적으로 고민한다. 거의 무아지경이 될 수준이다.

지난 시즌 우승을 놓친 걸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 하위팀 블랙번이 우리를 홈에서 이길 줄 누가 상상했겠나. 에버튼에게 4-2로 이기고 있다가 7분 남기고 동점이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내 마지막 바람은 '맨체스터 시티에게 두 번 다 패하지 말자'였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리그보다 더 큰 대회다. 하지만 거기서도 난 그룹 스테이지에서 제외되는 큰 실수를 했다. 젊은 선수들을 너무 많이 기용한 것이다. 다시는 그 따위 모험을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글레이저 구단주는 대개의 경우 나를 지지해주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많은 클럽들이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해 감독을 자주 교체한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축구 매니지먼트는 결국 선수들에 대한 일이다. 감독들은 대부분 "내가 뛰면 너보다 더 잘 하겠다"고 생각하지만 선수들 역시 "내가 감독하면 너보다 더 잘하겠다"고 생각한다.

새로 부임한 감독 99%는 살아남기 위해 이겨야겠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전 클럽에서 경험 많은 선수를 데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난 그 선수보다 클럽 자체의 구조를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초(foundation)가 필요하다. 그 팀의 어린 선수들을 눈여겨보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나이에 따라 선수는 세 부류가 있다. 30대 이상, 23~30세,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이 성장시키고 그 사이 조직화된 베테랑들의 수준에 단기간에 맞추는 게 내 아이디어다. 그동안 열심히 해준 선수를 내보내는 게 가장 힘들다.

주제(무리뉴)는 아주 지적이며 카리스마 넘치고 게다가 잘 생겼다. 나도 그가 가진 대부분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외모만큼은 아니다. '우린 이긴다' '난 스페셜 원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난 그 정도까지 얘기하지 못한다. 스코틀랜드 사람의 성격이랄까. 펩 (과르디올라) 역시 인상적인 사람이다. 그는 바르셀로나의 변화를 주도했다. 그들 모두 재능이 있지만 노력파다. <스포츠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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