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세계 명문 클럽에서 말이다.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부상이 찾아올 수 있다.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 우승에 대한 욕심으로 스스로 팀을 떠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평생을 한 팀에서만 뛰었다. '헌신'은 또 다른 이름이다. 주인공은 맨유의 베테랑 미드필더 라이언 긱스(39)와 폴 스콜스(38)다.
스콜스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간결한 볼 컨트롤, 완벽에 가까운 경기 조율, 자로 잰듯한 패스와 정교한 슈팅, 상대 수비진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킬패스 등 축구선수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갖췄다. 아스널 소속이던 티에리 앙리(뉴욕 레드불스)는 "의심없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맨유의 전설 보비 찰튼은 "스콜스는 정확성이 높은 패스를 한다. 보고 있으면 아름다운 선수다"고 극찬했다. 그럼에도 스콜스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스콜스는 한 인터뷰에서 "프로 선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있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별명은 '샤이가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성난 사자가 되는 그라운드 안에서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특별하지 않은 삶 속에 성실함이 녹아있다. 아침 운동을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차를 마시고, 아이들을 재우고, TV를 본 다음 잠에 드는 것이 일상이다. 평범하고 지루해보일지 모르지만, 스콜스는 이 일상이 행복이라 믿고 있다. 스콜스가 젊은 선수들의 롤모델로 제시되는 이유다.
그의 플레이는 마치 '폭주 기관차' 같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왼쪽 측면을 지배한다. 돌파 이후 크로스를 하는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축구를 구사했지만 그의 플레이를 저지하긴 힘들었다. 정확한 크로스 능력과 탁월한 골 감각은 긱스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한 가지 오점은 불륜 스캔들이다. 지난해 자신의 동생의 부인과 8년 넘게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모범선수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추락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