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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리는 20년 맨유 인생, 스콜스·긱스의 과거와 오늘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12-21 12:27


한 팀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세계 명문 클럽에서 말이다.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부상이 찾아올 수 있다.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 우승에 대한 욕심으로 스스로 팀을 떠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평생을 한 팀에서만 뛰었다. '헌신'은 또 다른 이름이다. 주인공은 맨유의 베테랑 미드필더 라이언 긱스(39)와 폴 스콜스(38)다.

21일(한국시각)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스콜스의 은퇴 소식을 보도했다. '스콜스는 올시즌이 끝난 뒤 은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팀 리빌딩을 구상 중이다. 젊은 팀으로 탈바꿈하길 원한다. 그래서 스콜스와 영욕의 세월을 함께한 긱스도 내보내려고 한다. 긱스도 누군가에 떠밀려 팀을 떠나는 것보다 스콜스처럼 은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의 나이는 벌써 서른 아홉 살이다.

스콜스는 어렸을 때 천식과 오스굿슐라터병(무릎 아래 부위인 경골의 끝 부분이 붓고 아픈 병)을 극복했다. 이후 1991년 맨유 유스팀에서 성장해 2년 뒤 1군 팀에 입단했다. 20년 가까이 '맨유맨'으로 살아오면서 정규리그 10회, 유럽챔피언스리그 2회, FA컵 3회 등 수많은 우승을 맛봤다. 잉글랜드 대표(1997~2004)로서는 66경기 출전, 14골을 기록했다. 스콜스는 2010년 말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은퇴선언이었다. 맨유 2군 코치로 일했다. 그러나 스콜스는 퍼거슨 감독의 권유로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했었다.

스콜스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간결한 볼 컨트롤, 완벽에 가까운 경기 조율, 자로 잰듯한 패스와 정교한 슈팅, 상대 수비진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킬패스 등 축구선수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갖췄다. 아스널 소속이던 티에리 앙리(뉴욕 레드불스)는 "의심없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맨유의 전설 보비 찰튼은 "스콜스는 정확성이 높은 패스를 한다. 보고 있으면 아름다운 선수다"고 극찬했다. 그럼에도 스콜스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스콜스는 한 인터뷰에서 "프로 선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있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별명은 '샤이가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성난 사자가 되는 그라운드 안에서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특별하지 않은 삶 속에 성실함이 녹아있다. 아침 운동을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차를 마시고, 아이들을 재우고, TV를 본 다음 잠에 드는 것이 일상이다. 평범하고 지루해보일지 모르지만, 스콜스는 이 일상이 행복이라 믿고 있다. 스콜스가 젊은 선수들의 롤모델로 제시되는 이유다.

축구 변방 웨일스에서 흑백 혼혈로 태어난 긱스는 일곱살 때 럭비선수였던 아버지가 팀을 옮긴 탓에 고향을 떠나 맨체스터에 둥지를 틀었다. 유년시절은 다소 불행했다. 아버지의 부적절한 관계로 부모가 이혼했다. 긱스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어머니 성(姓)으로 바꾸었다. 말로 할 수 없는 배신감은 그라운드에서 풀었다. 유소년 클럽에서 뛰던 그를 찜한 인물은 바로 퍼거슨 감독이었다. 13세 때 연습생으로 인연을 맺었다. 1990년 1군에 올라 이듬해 5월 5일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맨시티와의 경기(1대0승)에서 선발출전해 결승골을 뽑았다. 유혹도 많았다. 그러나 자존심 하나는 엄청 셌다. 잉글랜드대표팀에서 뛰라는 끈질긴 권유를 뿌리쳤다. 1991~2007년 웨일스대표팀으로 나서 64경기에서 12골을 넣었다. 22년간 한 길만 걸으면서 921경기(21일 현재)에 출전했다. 165골을 터뜨렸다. 정규리그에선 12차례 우승을 맛봤다. 유럽챔피언스리그도 2차례 정상에 섰다.

그의 플레이는 마치 '폭주 기관차' 같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왼쪽 측면을 지배한다. 돌파 이후 크로스를 하는 전형적인 잉글랜드식 축구를 구사했지만 그의 플레이를 저지하긴 힘들었다. 정확한 크로스 능력과 탁월한 골 감각은 긱스의 트레이드마크였다.

한 가지 오점은 불륜 스캔들이다. 지난해 자신의 동생의 부인과 8년 넘게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모범선수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추락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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