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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선수들은 축구만 잘해서는 스타가 될 수 없다. 주체할 수 없는 끼로 무장한 젊은 선수들. 그들은 진정한 그라운드의 아이돌이었다.
그가 심혈을 기울인 세리머니는 전반 9분 김민우가 골을 넣은 뒤 한 출산 세리머니였다. 오재석은 "세리머니 잘하는 팀 동영상 찾아봤다. 공으로 애기를 낳는 것을 연출한 세리머니가 눈에 띄었다. 심혈 기울였는데 카메라가 사람들에 막혀서 잘 안나온 것 같다. 내년 잘하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세리머니만으로는 선수들의 끼를 모두 표출할 수 없었다. 홍정호는 경기 전 선수들이 몸을 풀 땐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우'의 탈을 뒤집어 쓰고 등장해 익살스런 동작을 선보였다. 그는 경기 중에는 해설위원으로 깜짝 변신하기도 했다. 하프타임에 펼쳐진 오렌지캬라멜 축하공연에서 선수들이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홍명보호의 라커룸은 '클럽'으로 유명했다. 승리 뒤 음악을 틀어놓고 다 함께 춤을 추며 즐겼다. 그런데 이날은 깔끔하지 못했다. '마법소녀'에 맞춰 춘 춤이 막춤처럼 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오재석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홍정호가 없어서 완벽한 모습은 보이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날만큼은 경기를 잊고 팬들을 즐겁게 하는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풋살 대표 선수' 출신 김영권이 전술을 선수들에게 설명했지만 다 무시했다는 후문이다. 김영권은 "경기장서 설명했는데 전혀 이해를 못하더라. 혼자 너무 답답했다"고 가슴을 쳤다. 그러나 오재석이 화답했다. "본인도 잘한거 같지 않아서 수긍 못하겠다. 즐기러 왔는데 오늘까지 전술 얘기해야 겠나"며 깨알같이 디스했다. 그래도 역시 풋살 선수출신은 달랐다. MVP로 선정된 김영권은 상금으로 300만원을 받았다.
축구 아이돌이 있어 홍명보 자선축구는 더욱 풍성했다.
잠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