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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이운재 은퇴 선언, 자신과의 약속 지켰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12-11 15:27



한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역대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받는 이운재(39·전남)가 골키퍼 장갑을 벗는다.

이운재는 11일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7일 전남 구단을 찾아 은퇴의사를 밝혔다. "2년 동안 감사했다"며 구단 프런트와 인사를 나눈뒤 유종호 전남 사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운재는 현역 은퇴의사를 밝히며 그라운드와의 이별을 전했다.

수원을 떠나 2011년 전남에 둥지를 튼 그의 계약은 2012년 12월 말로 끝이 난다. 그러나 하석주 전남 감독은 내년 시즌 선수단 개편을 예고했고, 전남 구단은 이운재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올시즌 전남을 1부리그에 잔류시킨데 공로를 세운 이운재가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운재는 지난 2월 일본 전지훈련 캠프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수원에서 나와 전남으로 이적할때 정해성 감독님과 의기투합했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동안 정해성 감독님이 계속 계시면 나도 함께 갈 수 있다. 다른팀 이적은 없다. 감독님과의 인연이 끝나면 나의 선수생활도 끝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11년 수원과 이별할 때 현역 은퇴를 고민했지만 손을 잡아준 정 감독에 대한 의리였다. 그리고 약속을 이행했다. 다른 팀에서 뛸 기회를 잡는 대신 명예롭게 은퇴의 길을 선택했다. 이운재는 6일까지 전남 선수단과 함께 2012년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작별의 정을 나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운재는 1996년 수원 삼성에서 데뷔한 이후 15시즌간 K-리그 무대를 누볐다. 그가 남긴 기록은 410경기 출전에 425실점. 2008년 수원의 우승을 이끌고 골키퍼 최초로 K-리그 MVP를 수상하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남긴 족적은 더욱 뚜렷하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비롯해 네 차례 월드컵(1994년 2002년 2006년 2010년), 세차례 아시안컵(2000년 2004년 2007년)에 출전했다. 특히 2002년 4강 신화를 비롯해 2010년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뤄낸 역사의 현장에 그가 있었다. 2002년 이후 대표팀 부동의 골키퍼로 자리매김하며 A매치 132경기 출전 114실점을 기록했다. A매치에서 0점대 방어율이라는 기록을 남긴 채 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편, 하석주 전남 감독은 이운재의 은퇴선언과 동시에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여정이 예고돼 있다. 하 감독은 "아직 백업 골키퍼들이 주전으로 뛰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올시즌 FA로 풀리는 골키퍼들을 영입하려고 하지만 골키퍼 기근에 시달리고 있어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마저 여의치 않다. 트레이드도 생각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영입선상에 올려놨던 골키퍼들도 이미 소속팀을 정하며 전남의 손을 떠난 상태. 하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나 번외지명, 트레이드 등 다양한 방편으로 이운재의 후임을 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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