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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전 앞둔 기성용 '절대 다치면 안 돼!'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2-10-26 15:55



A매치 후유증, 클럽들은 부상에 시름시름.

12-13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3라운드의 관전 포인트는 '부상 공백의 극복'이었다. '죽음의 조'라는 수식어구가 전혀 식상하지 않은 D조가 특히 그러했는데, 레알과 맨시티는 결국 원정 경기에서의 희생양이 되고야 말았다. 한창때에 비해 하향 곡선을 그린 그들의 경기력을 오롯이 부상의 탓으로 돌릴 순 없다고 해도, 측면 수비가 초토화된 레알은 에시엔의 왼쪽 수비가 아쉬웠고, 에이스 실바가 빠진 맨시티는 탈압박과 공격 전개 면에서 고전했던 게 사실이었다.

이들의 부상엔 시기상의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같이 지난 'A매치 기간'에 당했다는 것이었다. 10월 둘째 주와 셋째 주에 걸쳐 열린 한두 차례의 A매치, 각국 대표팀 선수 하나둘쯤은 보유하고 있는 클럽의 감독들은 노심초사해야 했고, 그 중엔 부상을 입은 선수 탓에 속이 시커멓게 타버린 감독들도 있었다. 고국의 부름을 받은 자리, 영광만 안고 돌아오면 되는데 부상이라는 불청객까지 함께 달고 오니 구단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휴식 없이 달려온 기성용, 지칠 대로 지쳤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부상 악령을 보면서 떠올랐던 건 다름 아닌 기성용. 셀틱의 다음 행선지로 스완지를 택한 기성용은 '안착'에 성공했고, 데 구즈만-브리턴이라는 박힌 돌을 밀어내며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캐피탈원컵 한 경기를 포함해 최근 5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소화하며 입지를 다졌고, 라우드럽 감독의 신뢰는 점점 깊어져 가고 있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최강희호의 부름을 받아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기둥 역할을 했으니 더 바랄 것도 없고, 바라서도 안 될 정도다. 이 정도 해주는 게 어디인가 싶다. ?

그런데 지난 주말 위건전 승리의 현장에서 잡힌 기성용의 모습은 소녀팬뿐 아니라 지켜보는 이들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이란 고지대를 다녀온 며칠 사이에 몇 년은 늙어 보였을 정도로 지친 기색이 뚜렷했던 것. 겉모습뿐 아니라 예전에 비해 몸이 무거운 것도 느껴지기 시작했고, 또 간간이 지적했던 것처럼 활동 반경과 수비의 범위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여느 선수들도 다 그렇게 리그-A매치 일정을 거친다고? 주로 유럽 내에서 움직이는 유럽권 선수들과 비유럽권 선수들의 차이는 상당하며, 특히 (동)아시아권-북미, 남미권 선수들이 겪는 후유증은 그 이상이다.

기성용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여름 런던에서 목에 건 '사상 첫 올림픽 메달'. 오랜 숙원을 이뤘고 덤으로 병역 혜택까지 얻긴 했으나, 그 이면엔 '극심한 체력 저하'가 있었다. 당시 기성용, 구자철은 소속팀에서 한 시즌을 통째로 소화한 뒤 얼마 쉬지도 못한 채 바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훈련 기간 포함 한 달 이상을 보낸 뒤엔 육체적-심리적 피로를 풀지도 못하고 소속팀으로 복귀해야 했다. K리그 포함 아시아권에서 뛰는 선수들은 시즌을 보내는 중이었다지만, 이들은 휴식다운 휴식도 없이 대회를 뛰어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구자철은 시한폭탄이었던 발목 인대가 파열돼 본의 아니게 쉬고 있는 형국이니, 기성용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염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스완지-대한민국 에이스 기성용, 절대 다치면 안 돼! ?


그렇다고 소속팀 스완지를 마냥 져버릴 수도 없다. EPL 3연패 뒤, 지난 주말 위건전 승리로 힘겹게 반전의 계기를 잡은 스완지는 이번 맨시티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A매치 휴식기 뒤 곧장 주말 리그, 주중 챔스, 그리고 이번에 스완지를 맞아 또 리그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체력적 부담은 더 큰 상황이다. ?더욱이 아약스 원정의 결과가 좋지 못해 분위기는 바닥을 향했을 것이고, 올 시즌 경기력도 디펜딩챔피언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실바 포함 몇몇 선수들의 출전이 불투명한지라 도약을 노리는 스완지엔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기성용 개인적으로도 훌륭한 플레이를 노릴 만한 경기다.

이런 기성용에게 하고 싶은 당부는 첫째도 '부상 조심'이요, 둘째도 '부상'조심이다.? 한 번 밟은 가속 페달에 거칠 것이 없는 현 상황에서는 '불타는 의욕'이 자칫하면 '과욕'이 될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한다. 피로가 누적될 대로 누적됐기에 부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을 기성용 자신도 잘 알고 있을 터,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현재 기성용은 느리게 가는 것을 염려할 게 아니라 멈추는 것을 염려해야 할 지점에 서 있고, 빨리 가는 것보단 멀리 가는 것에 관심을 둬야 할 때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다치는 일 없이 잘 해내길 바랄 뿐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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