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울산 현대와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의 경기가 열렸다. 울산 하피냐가 이근호의 어시스트를 받아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한국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8강까지 살아남은 울산 현대는 다음달 3일 알 힐랄과 원정 2차전을 치른다. 울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9.19/
한가위 연휴 마지막 날 서울-수원의 '슈퍼매치'에서 외쳤던 축구 팬들의 환호를 아시아무대로 전달해야 할 시간이다. K-리그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한판이다. '철퇴축구' 울산 현대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모래언덕을 넘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도전한다.
울산은 10월 4일 오전 2시 10분 사우디 리야드의 프린스 파이샬 빈 파드 스타디움에서 알힐랄과 챔피언스리그 8강 원정 2차전을 치른다. 울산은 안방에서 치른 1차전에서 1대0으로 신승했다. 4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무승부다. 둘째, 반드시 골을 넣고 한 점차로만 져도 된다.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적용받을 수 있다.
울산은 29일 사우디로 건너가 현지 적응에 돌입한다. 중동 원정은 변수가 많다. 우선 사우디는 한국시각 기준으로 6시간이 늦다. 시차적응이 필수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14~15도나 된다. 무더운 날씨도 넘어야 할 산이다. 고르지 못한 잔디 상태도 충분히 선수들을 괴롭힐 수 있다. K-리그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우발 상황이 다수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백전노장' 김호곤 울산 감독도 클럽 팀을 이끌고 중동 원정은 처음이다. 평소 꼼꼼하기로 소문난 김 감독이 좀 더 세심하게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챙겨야 할 것이 많아졌다. 특히 한국축구는 2008년에서야 19년간 이어져온 사우디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깰 수 있었다. 중동은 아시아권에 속해있긴 하지만 한국선수들이 적응하기 힘든 곳이었다.
홈 텃세도 견뎌야 한다. 올시즌 K-리그 팀들은 원정에서 홀대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점을 고려해 울산은 홈 1차전에서 알힐랄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줬다. 그러나 울산 관계자는 "아무리 원정 팀에 잘 해줬다하더라도 우리가 사우디에서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울산은 정예멤버로 구성된 선발대를 이틀 전 사우디에 파견해 선수단의 숙식에 관련한 지원사항들을 미리 점검한다.
선수들은 K-리그를 빨리 잊어야 한다. 팀 분위기가 다소 처져있다. 19일 1차전 이후 23일 부산전에서 2대2로 비겼다. 사우디 원정길을 앞둔 26일 서울전에선 1대2로 패했다. 그동안 선수들은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의 병행으로 떨어진 체력을 승리의 기운으로 회복했다. 부진의 악몽은 떨쳐내야 한다. 챔피언스리그는 또 다른 세계다. 분위기도 그렇지만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3~4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다보니 체력은 이미 바닥을 친 상태다. 9월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12일 동안 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쳤다. 때문에 후반 막판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전반 오버페이스도 후반 체력저하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운명의 90분간 꾸준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체력안배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이 모든 변수를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 강한 정신력이다. 이미 선수들은 울산이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K-리그의 유일한 희망이 됐을 때부터 정신력으로 버텨왔다. 김 감독도 경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K-리거를 뛰어넘어 태극마크의 사명감을 주입시킨다. 이젠 누가 더 승리를 향한 의지가 강한가를 보여주는 팀이 4강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강인한 정신력이 '철퇴축구'의 최고의 무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