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윌 루즈, 위 윌 윈(니네는 지고 우린 이길거야)"
경기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홍명보호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선수들을 알고자 하지도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팀을 꾸린 영국에 대한 관심 뿐이었다. 그저 한국은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금새 사라졌다. 전반 초반 한국이 주도권을 잡았다. 짧은 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를 선보였다. 영국 선수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경기장 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축구 변방이라고 여겼던 한국이 예상밖의 경기력을 선보이자 놀라는 눈치였다. 전반 15분 지동원의 날카로운 슈팅이 나왔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5분 뒤 영국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경기장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웨일스의 신성 램지가 성공시키자 데시벨은 더 높아졌다. 40분 다시 한번 페널티킥이 나왔다. 데시벨은 다시 한번 높아지기 시작했다. 램지가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성룡에게 막혔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후반 들어 영국 팬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홍명보호의 선전에는 박수를 보냈다. 정성룡이 나가고 이범영이 들어오자 격려의 박수도 나왔다. 후반 32분 김영권이 영국의 대포알 슈팅을 머리로 막아냈다. 또 다시 격려의 박수가 나왔다.
영국팬들의 함성이 최고조에 오른 것은 후반 40분이었다. 웨일스의 영웅 라이언 긱스가 들어갔다.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긱스가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가 터졌다.
연장전. 영국이 분위기를 탔다. 그러나 영국팬들은 마냥 좋아하지 않았다. 영국의 경기는 답답했다. 오히려 풍물 응원과 "대~한민국" 소리가 더욱 커졌다.
연장 종료 5분을 남기고 7만여 팬들은 "GB"를 외쳤다. 그러나 무위로 끝났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일방적인 홈편향 모드였다. 영국 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이 키커로 나설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패턴이 반복됐다.
마지막 순간에 패턴이 바뀌었다. 스터리지의 페널티킥이 이범영에게 막혔다. 조용해졌다. 기성용의 페널티킥이 성공했다. 4강이었다.
한 영국인이 한 말은 반대가 됐다.
"니네는 졌고 우리는 이겼다."
카디프(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