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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이 되기 위한 조건은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확실한 한방을 터뜨려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 리더십있는 센터백 등은 강팀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여겨졌다. 이번 대회를 통해 몇가지 변화가 생겼다. 스페인은 '전통적인 9번(스트라이커의 대표 등번호)'없이도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AS로마)를 센터백으로 기용하고도 탄탄한 수비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달라지지 않은 한가지 조건이 있다. 바로 좋은 골키퍼의 보유다.
골키퍼에 필요한 중요한 역할이 또 있다. 공격 전개력이다. 현대축구에서 골키퍼는 공격의 시작이다. 패싱축구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경우 아예 이스마엘 발데스 골키퍼에게 롱패스를 금지시켰을 정도다. 위험한 순간에도 숏패스를 하는 발데스 골키퍼는 가끔 아찔한 장면을 만들기도 하지만, 바르셀로나 특유의 축구를 밑에서부터 가속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빠른 공수전환이 생명인 현대축구에서 골킥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노이어, 부폰의 롱킥은 정확도 면에서 정평이 나 있으며, 카시야스, 파트리시우는 안정적인 패스를 선보이고 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승부가 결정나는 토너먼트에서 안정된 수비는 필수다. 그 수비의 한가운데서 마지막을 책임져야 하는 골키퍼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강팀의 조건을 보유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4강 진출은 그래서 당연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