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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월드컵 10주년 황선홍 특별기고] 2002년 멤버, 한국 축구 발전 앞장선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5-29 13:18 | 최종수정 2012-05-29 13:21


2002년 한-일월드컵 폴란드전 첫골을 넣은 황선홍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벌써 10년이 지났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감격과 환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눈만 감으면 그 때의 장면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관중들의 붉은 물결, 환희로 가득 찬 경기장. 라커룸에서 파이팅을 외치던 일. 경기 후 관중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춘 일. 모두가 더할나위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한풀이 무대

당시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에서 열리는 첫번째 월드컵이었다. 당시까지 개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은 없었다. 안방에서 잔치를 벌여놓고 남들 좋은 일만 하게할 수는 없었다. 팀의 최고참으로 어깨가 무거웠다. 승리는 물론이고 16강 진출은 지상 최대의 목표였다. 개인적으로도 절박했다. 14년간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4번째 출전하는 월드컵이었다. 1994년 독일전에서의 1골밖에 없었다. 스트라이커로서 자존심이 상했다. 골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A대표팀 생활을 했음에도 한국 축구사에 남길만한 뚜렷한 족적이 없었다. 한-일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선수들, 특히 고참 선수들이 모였다. 다들 이번만큼은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역사를 함께 써보자고 다짐했다.

개인적으로는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이 한풀이 무대였다. (이)을용이의 도움을 받아 멋진 골을 넣었다. 이 골은 4강 신화의 디딤돌이 됐다. 을용이의 크로스, 나의 슈팅과 골. 세리머니를 하며 달려가 박항서 코치에게 안기던 장면. 지금 다시 재현해보라고 해도 정확하게 할 수 있을만큼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그동안의 아픔을 훌훌 날려버릴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2002년 당시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들이 이제는 감독으로 만나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포항과 서울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진 황선홍 포항 감독(오른쪽)과 최용수 서울 감독.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02년 이후 10년, 이제는 100년 대계

한-일월드컵 이후 10년. 이제 당시 뛰던 동료들도 반 이상은 은퇴했다. 나 역시 지도자로 새 삶을 살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전까지는 은퇴 후 무엇을 할까는 고민이었다. 여러가지 일들을 머리 속에 떠올렸다. 한-일월드컵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 월드컵을 통해 전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축구의 위력을 실감했다. 지도자가 되어 2002년에 했던 일들을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고 결심했다. 10년만에 2군 코치와 수석코치를 거치며 감독까지 왔다. 나 뿐만이 아니다. (최)용수, (유)상철이 멀리 일본에서는 (윤)정환이가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홍)명보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나선다. 모두들 나처럼 한-일월드컵이 지도자 생활을 선택하는데 큰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한-일드컵 이후 아쉬움도 있었다. 월드컵 직후 축구의 인기는 대단했다. 모두들 축구장으로 몰렸다. 하지만 그 인기를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모두의 잘못이다. 금방 퇴색되는 단발성 이벤트에 집중한 감이 없지 않았다. 축구의 인기를 계속 끌고갈 만큼 충분한 원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10년간의 아쉬움 끝에 이제 한-일월드컵 10주년을 맞이했다. 축구에 관련한 모든 이들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100년 대계를 세워야한다. 금방 퇴색 되는 것보다는 팬들의 기억 속에 각인이 되는 이벤트가 K-리그 발전이나 흥행을 위해 바람직하다.


2002년 선수들이 앞장선다

2002년 그라운드 위에서 뛰었던 동료들도 적극 동참할 생각이다. 나를 포함해 지도자가 된 동료들은 이제 정장을 입고 맞대결을 펼친다. 서로 너무나 잘 안다. 그러다보니 자존심을 걸게 된다. 더 살벌해진 것 같다. 물론 감독으로서 스트레스는 심해졌다. 하지만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2002년 멤버들의 지도자 맞대결이 이슈가 됐다. 이 대결을 보러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도 늘어났다. 한국 축구의 인기를 다시 한번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소스 가운데 하나다. 동료 감독들 역시 '우리 한 몸 희생해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 무엇이든 못하겠는가'라는 마음가짐이다.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은 동료들도 역시 K-리그 붐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안)정환이는 K-리그 명예 홍보팀장으로 전국 방방곡곡 누비고 있다. 탄천종합운동장이 가득 차면 춤을 추겠다는 공약도 했다. (송)종국이는 방송에서 활약하고 있다. 춤을 추며 축구를 홍보 중이다. 여기에 축구 해설가로 변신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박)지성이는 얼마전 수원 경기를 찾았다. 지성이를 보러 많은 관중들이 들어찬 모습을 보면서 감명받았다. (이)영표 역시 북미에서 뛰며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자기 자신을 가다듬고 있다.

2002년 받았던 과분한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2002년 멤버들은 언제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황선홍 포항스틸러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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