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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빛가람 퇴장'위기, 사샤 '원톱'으로 버텨낸 신태용 용병술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5-26 20:03


성남 윤빛가람. 텐진(중국)=사진공동취재단

성남으로서는 윤빛가람의 퇴장이 뼈아팠다. 최근 출전한 2경기(인천전, FA컵 수원시청전)에서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물오른 기량을 뽐냈다. 중원에서 '패스마스터'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2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 14라운드 성남-대구전 전반 40분, 윤빛가람이 대구의 역습 상황에서 쇄도하던 송창호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미 1분 전인 전반 39분 옐로카드를 받아든 상황, 2분만에 카드 2개,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명받았다. 전반 내내 팀의 중심에서 누구보다 많이 뛰었다. 에벨찡요, 한상운, 홍 철 등 공격라인에 쉴새없이 볼을 배급하며 활력을 되살렸다. 전반 13분 오른발 프리킥이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비껴났고, 전반 30분 에벨찡요-김성준-윤빛가람의 논스톱 슈팅까지 이어진 장면은 명불허전이었다. 가장 빛나던 순간, 가장 아찔한 위기가 찾아왔다.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이 격렬하게 어필했다.

후반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10명의 선수들로 싸우게 된 후반 신 감독은 모험을 감행했다. 공격수 에벨찡요를 빼고 수비수 윤영선을 투입했다. 극강의 센터백 사샤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박진포-임종은-윤영선-남궁웅이 포백을 지켰고 김성환-김성준이 중원을 한상운-사샤-홍 철이 공격라인을 구축했다. 사샤, 홍 철 등 수비수에서 보직을 변경한 공격라인은 파격이었다. '사샤 카드'는 적중했다. 사샤가 특유의 강력한 피지컬로 대구 수비진을 압박하며 공중볼 제공권까지 장악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사샤 카드'는 색다른 관전의 즐거움을 제공했다. 후반 13분 지친 한상운 대신 이현호가 교체투입됐다. 후반 37분 이현호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사이드에서 찔러준 패스를 이어받은 사샤가 골대 정면에서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대구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센터백의 몸 사리지 않는 쇄도에 성남 홈팬들은 한목소리로 "사샤!"를 뜨겁게 연호했다. 결국 양팀은 0대0으로 비겼다. 천신만고 끝에 성남은 홈 4경기 연속 무패를 지켜나갔다. 신 감독은 경기 직후 '사샤 카드'에 대해 "상대 수비가 사샤에게 밀집되다보면 양쪽 사이드 홍 철, 한상운에게 기회가 갈 것으로 봤다. 사샤를 원톱 올린 자체 승부수 띄운 것이다. 10명 뛰더라도 이기기 위한 승부수였다"고 설명했다.

성남은 이날 전반에만 무려 다섯장의 옐로카드(전반 5분 에벨찡요, 전반 8분 박진포, 전반 22분 김성환, 전반 39, 40분 윤빛가람)를 받았다. 경고누적으로 친정 경남전에 출전하지 못했던 윤빛가람은 다시 선 K-리그에서 또다시 퇴장을 당했다. 모아시르 대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좋은 상황에서 커트 당한 파울이기 때문에 옐로카드가 맞다. 직전 파울이 나온 직후라 어떤 심판은 두려워서 안줄 수도 있는데 정당하게 결단을 내린 것 같다. 심판이 정확하게 봤다. 오늘 심판에게 100점 만점을 주고 싶다"고 호평했다.

당한 자의 입장에서는 인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신 감독은 수원전 징계를 의식한 듯 "노코멘트하겠다"고 했다. 말을 아꼈다.

당장 목전에 닥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전 분요드코르전이 걱정이다. 체력부담을 안고 29일 홈경기에 나서게 됐다. 신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 조별 예선을 홈앤드어웨이 살인일정을 견뎌내며 16강까지 왔다. 내일모레 경기인데 10명이 싸우느라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경기를 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분요드코르전 90분 이후 휴가를 줄 수 있다. 우리 선수들에게 90분만 죽기살기로 해달라, 강압이 아닌 부탁을 하고 싶다"고 했다. "최후방 수비에서 최전방까지 열심히 뛰어준 사샤, 중원을 지켜준 성환, 성준이, 공격 수비에서 많이 뛰어준 홍 철, 상운이, 진포, 영선이, 종은이, 웅이, 현호" 선수 전원을 일일이 거명했다. "희생정신으로 가람이의 빈자리를 메워준 모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했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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