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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첫 번째 귀화 심사에서 좌절을 맛봤다. 지난해 11월 성남 시절 특별귀화 추천을 받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라돈치치 스스로도 자질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절치부심 한국어를 공부했다. 축구협회의 제의가 왔다. 귀화 추천을 해주겠다고 했다. 뛸 듯이 기뻐했다. "태극전사로 거듭나겠다"고 큰소리 쳤다. 라돈치치는 7일 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에 출석해 두 시간이 넘게 '한국인'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진정성을 알렸다. 11명의 법상위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라돈치치를 체육 우수 인재로 특별귀화 추천하기로 기조를 잡았다.
뒤통수를 맞았다. 태극마크를 주겠다고 약속하며 귀화를 권했던 축구협회가 발을 뺐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귀화선수 활용 규정(타 회원국 대표로 A대표 출전기록이 없이 5년 동안 한 국가에서 활약한 선수에 한해 귀화를 인정함)을 몰랐다고 했다. 함께 귀화 신청을 냈던 에닝요(전북)는 추천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축구협회가 앞장서 재심을 요청했다. 두 선수간의 차이가 분명했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라돈치치와 에닝요가 서로 다른 판결을 받은 상태에서 축구협회가 보인 행태를 보면 결국 라돈치치는 에닝요 귀화를 위한 들러리 밖에 되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해 했다.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라돈치치는 여전히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이 되고 싶어한다. 팬들이 제작한 '라돈을 국대로'라는 걸개에 자부심을 안고 있다. 수원 구단도 라돈치치가 다시 귀화 의사를 드러낼 경우 협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두 번의 상처로 인한 생채기가 아물 때 진정한 한국인이 된 라돈치치를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