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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뱀 독보다 강했던 전남의 '검은 과부거미' 정신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5-20 11:12 | 최종수정 2012-05-20 11:14



통상적으로 먹이사슬상 거미가 뱀에 잡아 먹히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조차 거스르는 거미가 있다.

지난 3월 뱀을 잡아먹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를 모은 검은과부거미. 손바닥 보다 작은 몸으로 거미 중 가장 강한 독성을 가졌는데 정해성 전남 감독에게는 누구보다 예쁜 거미일 것 같다. 정 감독이 19일 K-리그 13라운드 제주전을 앞두고 '검은 과부거미'를 언급했다. 한장의 사진과 보여주며 "방울뱀보다 15배나 독성이 강한 검은 과부거미의 정신으로 나서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방울뱀 축구' 제주를 상대하는 전남의 마음가짐이었다. 모든걸 걸었다. "안되면 물어뜯기라도 하겠다"고 했다. 시즌 첫 2연승을 향한 도전은 벼랑끝 정신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제대로 품은 독기로 방울뱀을 집어 삼켰다. 전남이 19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제주전에서 1대0 승리를 거뒀다. 신인 손설민이 전반 14분 오른발 슈팅으로 제주의 골망을 갈랐고 제주의 막강 화력을 더 강력한 포백 수비라인으로 봉쇄한 완벽한 승리였다. 정 감독은 "그동안 마지막 5분을 남겨놓고 동점골, 역전골을 허용하며 승점을 쌓지 못했는데 이번 승리로 그 고비를 넘어선 것 같다"며 2연승의 기쁨을 전했다. 승리의 공은 검은 과부거미에게 돌렸다. "아프리카에 있는 친구가 검은 과부거미 사진을 보내주면서 얘기를 해줬다. 인터넷으로 찾아봤더니 뱀을 잡아 먹더라. 이 정신으로 나서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엄지 만한 이 거미 덕분에 2연승을 할 수 있었다."


정해성 감독이 소개한 검은 과부거미.
정 감독은 이 거미의 사연(?)을 경기 며칠전부터 선수들에게 모두 전했다고 한다. 사진을 인쇄해 광양클럽하우스 게시판에 붙여놨다. 지나가던 전남 선수들도 호기심에 모여 이를 지켜봤고 정신을 재무장했다. 정 감독은 경기직전까지도 "검은 과부거미를 생각하며 우리도 큰 뱀 한번 잡아먹어보자"며 결의를 다졌다.

제주의 브라질 삼총사 산토스 자일 호벨치의 봉쇄는 정 감독이 "가장 독기를 품은 포지션"이라 꼽은 포백 수비진이 전담했다. 공중볼은 코니, 안재준 등 장신 중앙 수비진이 모두 걷어냈다. 제주의 주요 공격 루트인 사이드 공격 역시 윤석영-박선용 콤비가 완벽하게 봉쇄했다. 방울뱀의 머리를 봉쇄하니 꼬리도 힘을 쓰지 못했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신인 손설민이 결승골을 넣으며 일을 냈다. 정 감독은 "설민이가 워낙 컨디션이 좋았다. 상주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다. 신인이지만 패싱력과 슈팅 감각이 뛰어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심 3연승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팀을 위해서도 3연승이 중요하지만 29세의 K-리그 신인 공격수 김신영을 위해 꼭 이뤄내야 할 목표였다. 그는 "신영이가 3연승할때까지 집에 안간다고 해서 아직도 클럽하우스에 있다. 선수들에게 '신영이 집에 보내주자'고 했다. 선수들도 똘똘 뭉쳐 있다"며 "앞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잘 치르면 순위를 끌어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희망을 전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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