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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닝요 귀화, 대표선수들이 흔들린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5-11 13:27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최강희호의 여정은 시작되지 않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다음달 닻을 올린다. 최강희호가 출항도 하기 전에 흔들리고 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귀화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에닝요(31·전북) 귀화 논란'에 기존의 태극전사들이 흔들리고 있다.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어버리는, '소탐대실'의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주전급인 A선수는 "납득이 가질 않는다. 왜 에닝요를 무리해서 귀화시켜야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수들간의 대화도 통역이 필요할 것 같은데 과연 소통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B선수도 "해외파들이 에닝요보다 과연 못하는지 묻고 싶다. 국내에서 왜 제대로 된 평가를 안하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불편해 했다. C선수는 "감독님이 판단할 문제지만 대표팀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A대표팀은 클럽이 아니다. 돈이 아니고 명예다. 조국이 가슴에 그려져 있다. 에닝요 귀화는 선수들에게도 물음표다.

요즘 축구판에선 최강희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인지, 전북 사령탑인지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꽤 있다. 그는 6년여간 전북을 이끌다 지난 연말 대표팀 감독으로 말을 갈아탔다. 전북의 색채는 지워지지 않았다. 최 감독의 K-리그 관전 동선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전북 경기다. 그의 임기는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6월 최종예선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 후 '감독직을 그만둘 계획이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쿠웨이트전을 치르고 나서 더 확실해졌다"며 웃었다. 이흥실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전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감독마다 색깔이 있다. 인간이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공평해야 한다. 한 경기에 불과하지만 최 감독은 선수단 운용이 편향돼 있다. 최강희호는 국내파에 '무한 애정'을 쏟고 있다. 상대적으로 해외파는 홀대받고 있다. 국내파 중에서도 성골과 육두품이 있다. 전북 출신이면 성골이다. 쿠웨이트전에선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된 김정우를 제외하고 이동국 김상식 조성환 박원재 등 4명이 소집됐다. 상주 상무에서 뛰고 있는 골키퍼 권순태도 원소속팀은 전북이다. 파열음은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대표팀 내부는 2~3개파로 쪼개져 있다.

에닝요의 무리한 귀화 추진은 '전북식 축구의 완결판'이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공통분모가 있어야 한다. 그는 한국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6년이 흘렀지만 한국말에 전혀 흥미를 갖지 않았다. 지난 1일이었다. 이흥실 감독은 광저우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서 에닝요를 선발에서 제외했다. 브라질어 통역이 원정길에 오르지 않았다. 제 2, 3의 통역 루트를 통해 이해시키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귀화 문제가 터진 후 이제서야 한국말을 배운단다. 에닝요의 귀화는 결국 '용병 영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의 '전북식 대표팀 축구'에는 그가 필요할 수 있다. 이청용(볼턴) 손흥민(함부르크) 이근호(울산) 남태희(레퀴야) 서정진(수원)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한상운(성남) 등 보다 더 뛰어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에닝요가 뛰어야 이동국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최강희호는 시한부다. 에닝요의 귀화는 일회성에 불과하다. 귀화 절차도 최소한 1개월이상 걸려 최종예선 1, 2차전에는 뛸 수 없다. 공감대가 형성돼도 쉽지 않은 마당에 왜 귀화를 고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귀화 논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조직이다.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조중연 회장 체제는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국민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다. '에닝요 귀화 논란'은 원칙과 상식을 허물었다. 축구협회는 '다문화=에닝요'라고 설명한다. 다문화 가정의 뿌리는 한국이다. 에닝요의 뿌리는 브라질이다. 동일시하는 것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모독이다. 만에 하나 조 회장이 국면 회복용으로 판단했다면 주소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국가대표팀은 사유화돼서는 안된다. 그 순간 한국 축구의 미래는 사라진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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