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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동락' 박경훈-김상호, 두 번째 맞대결 승자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2-05-10 19:59 | 최종수정 2012-05-11 08:21


◇박경훈 제주 감독. 스포츠조선DB

"강원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13일 강원전 전망을 묻자 손사래를 쳤다. 올 시즌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을 들여다 보면 엄살처럼 들릴 수도 있다. 깊은 뜻이 있다. 강원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상호 감독에 행여나 실례가 될까봐 말을 아끼고 또 아꼈다.

박 감독과 김 감독은 선후배 지간이다. 박 감독이 한국 최고의 왼쪽 윙백으로 이름을 날리던 1987년 포항제철 시절, 루키 김 감독을 '방졸'로 맞았다. 둘은 6개월간 한 방에서 생활을 했고, 6년간 같은 팀에서 뛰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2005년, 박 감독이 청소년대표팀(17세 이하)을 맡을 때 김 감독을 수석코치로 영입해 동고동락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박 감독님이 몸 관리하는 걸 곁에서 봤다. 정말 철저하셨다"면서 "'방졸'이었던 나도 많은 도움을 드렸다. 아침 저녁으로 시장에 가서 야채를 사서 믹서기에 갈아서 드렸다"고 껄껄 웃었다.


◇김상호 강원 감독. 사진제공=강원FC
2007년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열린 축구 빅이벤트의 실패 후폭풍은 컸다. 온갖 비난이 박 감독과 김 감독에게 쏟아졌다. 박 감독은 "한동안 방 안에 처박혀 숨어 지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당시 (비난을 받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둘은 '실패한 지도자'로 낙인찍혔다. 이후 박 감독은 전주대 축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내공'을 키웠다. 김 감독은 2008년 전남 2군 감독을 거쳐 2009년 강원 수석코치로 부임했다. 인고의 세월을 보낸 이들은 멋지게 부활했다. 박 감독은 2010년 '삼다축구'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K-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2011년 중도사퇴한 최순호 감독의 바통을 이어 받아 프로감독으로 데뷔했다.

지난해 둘 다 성적은 좋지 못했다. 박 감독은 K-리그 9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다. 준우승 후유증이 예상보다 컸다. 김 감독은 리그 30경기서 단 3승에 그치면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또 다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올 시즌 또 한 번의 부활찬가를 부르고 있다. 박 감독의 제주는 리그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면서 11경기를 치른 현재 당당히 3위에 올라 있다. 꼴찌 강원 역시 리그 초반 선전을 거듭하면서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아직까지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는 세간의 평가다.

두 감독은 지난해 7월 2일 춘천종합운동장에서 적장으로 처음 만났다. 결과는 선배 박 감독이 이끄는 제주가 4대2로 승리했다. 경기 내용은 손에 땀을 쥘 만했다. 제주가 먼저 두 골을 넣고 앞서가자 강원이 이를 따라잡아 전반전은 2-2로 마무리 됐다. 후반 막판까지 팽팽한 공방전이 이어졌으나, 집중력을 발휘한 제주가 두 골을 더 넣으면서 제주가 웃었다. 당시 두 골을 넣으며 제주의 승리를 견인한 공격수 김은중은 올 시즌 강원 주장으로 활약 중이다. 강원의 중원을 책임졌던 권순형은 제주 '방울뱀 축구'의 중심축으로 거듭났다. 아이러니다.

박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지난해 우리가 이기기는 했지만, 진땀 빠지는 경기였다." 그는 "강원은 올해 패스와 조직력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는 팀이 됐다. 지난해 꼴찌라는 생각은 모두 잊었다"면서 "두 팀 모두 스타일이 비슷하다. 더군다나 김 감독이 내 전술을 꿰뚫어 보고 있으니 어렵지 않겠느냐"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유쾌하게 맞받아쳤다. "엄살은 그 분이 K-리그 최고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데다 원정 부담까지 겹친 강원 입장에서는 어려운 경기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지난해 첫 대결에서는 패했지만, 이번에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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