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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긴장감 교차, 광주 신인 이한샘의 K-리그 데뷔전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5-09 13:37


이한샘(위)이 5일 대구전에서 상대 공격수보다 높이 떠올라 헤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광주FC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밤. 광주FC 신인 이한샘(23)은 좀처럼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설렘과 부담감이 교차했다. 중앙수비수 정우인의 경고누적 결장으로 생애 첫 K-리그 선발 출전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잠을 설쳤다. 경기 당일까지 긴장됐다. 그래도 프로 데뷔전치고는 무난했던 것 같다. 좋은 경험이었다." 경기 전 음악 듣기와 마인드컨트롤로 긴장감을 해소했다. 이한샘은 "음악을 듣거나 대학교 때 잘했던 경기들을 보면서 마인드컨트롤을 한다. 또 말을 많이 한다. 혼잣말로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나에게 응원했다"고 설명했다. 동료들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건국대 1년 선배인 유종현은 "그라운드에서는 신인이라 생각하지 말고 강하게 밀어붙여라"고 조언했다. 동갑내기 김동섭은 "볼을 잡으면 내가 뛸테니 앞으로만 연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이한샘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자신의 이름을 K-리그 팬들에게 알렸다.

막상 몸으로 부딪혔던 현장은 생각과 달랐다. 경험의 부족을 느꼈다. 그는 "빠른 경기 속도와 공격수들의 압박이 강했다. 여유있게 하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너무 급해서 아무도 없는 공간으로 볼을 주기도 했다. 경험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전남 순천중앙초 3학년 때 축구부에 들어간 이한샘은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기성용과 함께 공을 찼다. 기성용은 1년 선배다. 이후 용인축구센터가 개장하면서 경기도로 올라왔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축구선수를 이어갔다. 아버지는 아들의 축구인생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했다. 당시 용인FC 산하 원삼중-신갈고 동기는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이범영(부산) 이승렬(FC서울) 등이다.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로선수가 됐다. 건국대 시절 동기들이 프로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질투가 났다. 그래도 대학교에서 쌓은 경험은 보약이었다.

위기도 찾아왔었다. 대학 1학년이던 2008년 8월 발목 수술을 했다. 1년간 재활에 몰두했다. 그러나 복귀할 때 몸무게는 이미 10㎏이 늘어 있었다. 90㎏에 육박했다. 당시 감독에게 충격적인 말도 들었다. "이제 은퇴할 때가 다 됐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살을 뺐다. 2학년 때까지 못뛰다 추계대학연맹전 때 기회를 잡았다. 덕분에 태극마크도 달아봤다. 2009년 20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이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을 때 잠시 올림픽대표로 발탁됐다. 팔목을 다친 홍정호(제주)의 대체요원으로 뽑혔다.

긍정적 성격의 소유자인 이한샘은 스피드가 느리다는 단점을 여러가지 장점으로 보완한다. 정확한 패스와 킥을 비롯해 빠른 예측력과 과감한 태클 등으로 경쟁력을 어필하고 있다. 특히 아마시절 때 주장을 자주 맡아 강력한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 느린 스피드는 줄넘기 등으로 올리고 있다. 이한샘은 광주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기 위해 이제 한발을 내딛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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