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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축구가 그냥 좋았다. 아버지에게 축구를 시켜달라고 때를 썼다. 경기도 일산이 집인 그는 아버지와 함께 서울의 차범근 축구 교실을 찾았다. 테스트 끝에 차범근 축구 교실에 둥지를 텄다. 서울 신용산 초등학교로 전학하면서 그의 본격적인 축구 인생이 시작됐다. "네 꿈을 펼쳐 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와 함께한 축구 인생이 올해로 15년째. 처음으로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끈한 골잔치로 은혜에 보답했다. 상주 상무의 공격수 이성재(25). 5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11라운드 강원전에서 이성재는 2골을 넣으며 상주의 3대0 대승을 이끌었다. 2012년 마수걸이 골이다.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생애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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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보낸 20대 초반, 다시 시작하는 2012년
2007년 포항에 입단한 그에게 프로무대는 높은 벽이었다. 2008년까지 두 시즌 동안 1경기 출전에 그쳤다. 2009년 인천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그를 위한 자리는 여전히 없었다. 단 한경기에 출전했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기대가 컸던 만큼 시련도 컸다. "포항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시민구단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천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다보니 '나는 안되는 것인가'라고 실망을 많이 했다. 방황을 하면서 술도 많이 먹었고 축구를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를 다시 붙잡아준 건 역시 부모님이었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다. 넌 능력이 있다." 그를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2010년 포항으로 다시 복귀해 5경기에 출전한 그는 축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기위해 입대를 결정했다. 2011년 상주에서 12경기에 출전, 프로 데뷔골 등 2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2년은 가능성을 희망으로 바꾼 한해가 되고 있다. 5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섀도 공격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하며 골 욕심을 냈다. 박항서 상주 감독은 시즌 전 "잠재력이 많은 선수다. 최전방 공격수로 성공할 수 있다"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강원전이 끝난 뒤 박 감독은 미소를 보였다. 칭찬에 인색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성재의 컨디션이 정말 좋다. 앞으로 조커로 사용할지 선발로 기용할지 고민하게 생겼다." 팀동료 김재성도 이성재가 첫 골을 넣은 순간 "이제 시작이다"라며 따뜻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성재는 환한 미소로 꿈을 펼쳤다. "올해 정말 잘해보고 싶다. 경기에 많이 나서고 공격 포인트를 올려서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