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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이성재, 카네이션 대신 부모님께 바친 첫 멀티골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05-07 00:31 | 최종수정 2012-05-07 09:07


지난 5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 FC와의 상주 상무의 경기에서 상주 이성재가 강원의 박우현과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사진제공=강원 FC

어릴적부터 축구가 그냥 좋았다. 아버지에게 축구를 시켜달라고 때를 썼다. 경기도 일산이 집인 그는 아버지와 함께 서울의 차범근 축구 교실을 찾았다. 테스트 끝에 차범근 축구 교실에 둥지를 텄다. 서울 신용산 초등학교로 전학하면서 그의 본격적인 축구 인생이 시작됐다. "네 꿈을 펼쳐 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아버지와 함께한 축구 인생이 올해로 15년째. 처음으로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끈한 골잔치로 은혜에 보답했다. 상주 상무의 공격수 이성재(25). 5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11라운드 강원전에서 이성재는 2골을 넣으며 상주의 3대0 대승을 이끌었다. 2012년 마수걸이 골이다.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생애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상주의 이성재가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께 멀티골을 선물했다. 이성재는 5일 강원과의 K-리그 11라운드에서 2골을 넣으며 상주의 3대0 대승을 이끌었다. 승리의 보답은 외박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성재.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함께 키운 꿈

"페인트 동작이 부드럽고 좋다"는 차범근 선생님의 칭찬은 지금도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중학교 3학년 당시, 서울 용강중학교의 주장으로 차범근 선생님의 집을 찾았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차두리(32·셀틱)가 그를 반겼다. 10년이 흐른 지금도 차범근-차두리 부자와 함께 했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인생의 멘토는 또 있다. 스스로 '열혈 사커 대디'라고 소개한 아버지 이강호씨(56)다. 경기도 일산에서 서울 동부이촌동까지 매일 그의 발이 되어주었던 아버지는 '차범근 선생님'보다 더 혹독했다. 매일 훈련이 끝나면 아버지 차에 올랐다. 조수석에서 항상 김밥과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 달콤한 시간은 여기까지였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집 근처 고등학교에서 다시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유일한 불빛이었다. 그는 "집에 갈 틈도 없이 바로 유니폼을 입고 야간 훈련을 했을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아버지의 훈련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5일 강릉종합운동장에 그 아버지가 오셨다. 평소 경기장을 잘 찾지 않는 어머니도 함께였다. 경기 전 훈련을 하며 관중석을 살펴보던 중 한 눈에 관중들 속 부모님을 찾아냈다. 마음이 편했다. 득점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후반 20분 첫 골을 넣고 다시 그 자리로 눈을 돌렸다. 부모님은 자신보다 더 큰 웃음을 지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이성재는 "첫 골을 넣은 순간 아무 생각도 안나고 가족들만 생각났다. 골을 넣고 관중석을 보니 부모님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득점할때마다 부모님이 현장에 안계셨는데 이번에는 두 분을 모셔놓고 두 골이나 넣어서 기분이 좋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성재는 이번 승리로 2박 3일간의 외박을 받게 됐다. 6일 부모님과 외식을 함께 하며 득점의 여운을 함께 즐겼다. "부모님 덕분에 골을 넣을 수 있었다. 어버이날 함께 있지 못해 카네이션도 못 드린다. 대신 이번 골을 부모님께 바친다."

술로 보낸 20대 초반, 다시 시작하는 2012년

2007년 포항에 입단한 그에게 프로무대는 높은 벽이었다. 2008년까지 두 시즌 동안 1경기 출전에 그쳤다. 2009년 인천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그를 위한 자리는 여전히 없었다. 단 한경기에 출전했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기대가 컸던 만큼 시련도 컸다. "포항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지만 시민구단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천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다보니 '나는 안되는 것인가'라고 실망을 많이 했다. 방황을 하면서 술도 많이 먹었고 축구를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를 다시 붙잡아준 건 역시 부모님이었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다. 넌 능력이 있다." 그를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2010년 포항으로 다시 복귀해 5경기에 출전한 그는 축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기위해 입대를 결정했다. 2011년 상주에서 12경기에 출전, 프로 데뷔골 등 2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2년은 가능성을 희망으로 바꾼 한해가 되고 있다. 5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섀도 공격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하며 골 욕심을 냈다. 박항서 상주 감독은 시즌 전 "잠재력이 많은 선수다. 최전방 공격수로 성공할 수 있다"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강원전이 끝난 뒤 박 감독은 미소를 보였다. 칭찬에 인색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성재의 컨디션이 정말 좋다. 앞으로 조커로 사용할지 선발로 기용할지 고민하게 생겼다." 팀동료 김재성도 이성재가 첫 골을 넣은 순간 "이제 시작이다"라며 따뜻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성재는 환한 미소로 꿈을 펼쳤다. "올해 정말 잘해보고 싶다. 경기에 많이 나서고 공격 포인트를 올려서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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