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질식수비', 올시즌 부산 아이파크를 지칭하는 별명이다. 시즌 개막 전 각구단의 '슬로건' 바람 속에 당초 부산은 '5S 축구'를 주창했었다. '스마트(Smart) 스토리(Story) 샤프(Sharp)… ' 일일이 기억하기도 어려운 '5S'로 부산을 부르는 이는 없다. 7라운드가 마친 4월 현재 부산은 '닥치고 질식수비'다. 한번 보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팀 컬러다. 필드플레이어 10명이 상대 진영에 다닥다닥 포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최전방 공격수 방승환을 제외한 9명은 상대의 공세 때마다 페널티박스 안에 빽빽히 포진한다. 스리백은 파이브백으로 순간변신해 상대 공격수 2~3명을 에워싸고, 숨통을 조여든다. 작심한 드리블은 번번이 막히고, 노려찬 킥은 여지없이 튕겨져 나온다. 극단의 수비축구를 둘러싸고 각 축구 게시판의 찬반양론도 뜨겁다. '재미없다' '지루하다'는 냉정한 평가와 '수비도 스타일이다' '부산은 지지 않는 축구'라는 실리론이 팽팽하다. '질식수비'를 겪어본 '공격축구' 팀들은 하나같이 '질색'을 한다.
부산 '질식수비'는 사기가 오를 대로 올랐다. 논란과 무관하게 선수들은 강팀을 상대로 지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에델과 김창수는 7라운드 위클리베스트11에 선정됐다. 서울전에서 에델은 센터백으로 나서 데얀을 꽁꽁 묶었다.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데 이어 첫 위클리 베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주장 김창수는 특유의 폭넓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3회 연속 위클리베스트에 올랐다. "수비축구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우리팀의 전술이자 팀 컬러다"라는 센터백 박용호의 말에선 소신이 느껴진다.
전북은 성남과 서울의 실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성남은 부산전에서 무려 20개의 슈팅(유효슈팅 13개)을 쏴올렸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맹공을 퍼부었으나 효과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역습 한방에 무너지며 주장 김창수에게 결승골을 헌납했다. 서울은 부산전에서 전반 데얀과 몰리나가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지만 살려내지 못했다. 9개의 슈팅(유효슈팅 4개)이 모조리 빗나갔다. 데얀의 머리를 직접 겨냥한 크로스와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으나 모두 무위에 그쳤다.
전북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3연승을 달리고 있고, 부산은 성남전 이후 3경기 연속 무패(2승1무)다. '닥공'의 질식이냐, '질식수비'의 붕괴냐, 흥미진진한 관전포인트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