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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후 맹활약' 구자철,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3-25 15:52


사진캡처=아우크스부르크 홈페이지

마치 딴 선수 같다. 불과 2개월 전 경기 출전을 걱정하던 선수가 이적 후 에이스와도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이 드디어 독일에서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구자철은 1월 마지막날 겨울이적시장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 이적했다. 볼프스부르크보다 전력이 떨어지는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기우였다. 볼프스부르크에서 22경기에 나서 한 골도 넣지 못한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로 치른 7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객관적인 기록뿐만 아니라 경기력면에서도 빼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롱볼 위주 였던 아우크스부르크에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을 더하며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24일(한국시각) 독일 브레멘 베스테르슈타디온에서 열린 2011~201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과의 27라운드 경기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이 차지하는 비중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시종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의 공격을 이끈 구자철은 슬라이딩 슈팅으로 후반 추가 시간 베르하예의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 골로 아우크스부르크는 5경기 연속 무패 행진(2승3무)을 달렸다. 현재 15위인 아우크스부르크(5승12무10패·승점 27)는 구자철의 활약 속에 강등권(16~18위는 하부리그로 강등) 탈출 희망을 이어갔다.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은 '팀의 구세주'로 떠오른 구자철에게 열광하고 있다.

볼프스부르크에서 그저 그런 활약을 보인 구자철에게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후 어떤 마법이 작용한 것일까.

루후카이 감독의 구자철 활용 해법, 오른쪽 미드필더? 프리롤!

분데스리가 이적 후 구자철의 포지션은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제주와 A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한 구자철은 독일 이적 후 측면 자원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구자철 포지션 딜레마의 해법을 풀었다.

요한 루후카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즐겨 쓴다. 올해 처음 승격된 팀인만큼 중원의 숫자를 늘려 수비를 두텁게 하기 위한 선택이다. 구자철은 좌우 측면 미드필더 역할을 맡는다. 여기까지는 볼프스부르크 시절과 다르지 않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에서 뛰던 시절 측면 미드필더 역할에 적응하지 못했다.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중앙 미드필더로 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예상과 달리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측면에 기용되지만, 활약도는 그야말로 180도 다르다.

구자철의 특성을 감안한 요한 루후카이 감독의 묘수가 숨어있다. '프리롤'이다. 구자철은 포메이션 상으로는 측면에 위치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다. 본인이 가장 잘 뛸 수 있는 자리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루후카이 감독은 패싱력이 뛰어난 구차철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구자철 시프트'까지 가동하고 있다. 볼터치 횟수가 많아지며 경기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도 늘어났다.


감독의 믿음에 춤을 추는 구자철

구자철은 외국인 선수다. 자신을 데려온 감독의 믿음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좋은 예가 있다. 박지성은 PSV에인트호벤에서 보상과 부진으로 힘든 시절을 보낼 때 버틸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자신을 믿어준 거스 히딩크 감독을 꼽았다. 반면 위건으로 이적한 조원희는 자신을 데려온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팀을 떠나자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쓸쓸히 한국으로 돌이왔다. 구자철이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데는 루후카이 감독의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에서 시련의 시기를 보냈다. 단순히 경기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펠릭스 마가트 감독은 명장이지만 선수 마음을 헤아리거나 믿음을 주는 타입이 아니다. 구자철이 가장 힘들어 하던 부분이었다. 원래의 포지션과는 다른 포지션에서 계속 뛰었지만, '왜 여기서 뛰어야 하는지,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특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에 새로운 포지션에서 뛸 것을 통보받기 일쑤였다. 당연히 제 몫을 하기 힘들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선 달랐다.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루후카이 감독은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스타일이다. 면담 후 선수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전술 변화도 시도한다. 구자철이 아우크스부르크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여기에 스타 선수들이 많은 볼프스부르크에 비해 작은 아우크스부르크는 가족같은 분위기다. 구자철은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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