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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을 바라보는 최강희-홍명보 감독의 온도차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3-06 12:21


◇홍명보 감독(오른쪽)과 박주영

결코 '계륵'은 아니지만 '뜨거운 감자'는 분명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과 2012년 런던올림픽의 접점에 그의 이름이 교차한다. 박주영(27·아스널). 최강희 A대표팀과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머릿속에 동일하게 존재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온도 차는 있었다. 홍 감독이 '애정과 아쉬움'이라면, 최 감독은 '옵션'의 내음이 진하게 묻어났다.

그는 지난달 29일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2대0 승)에서 최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우려와 기대의 소용돌이 속에 풀타임 출전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낯선 분위기였다. 사령탑이 교체됐고, 전술은 물론 선수들의 면면도 바뀌었다. 그는 이방인이었다. A매치 연속골 퍼레이드가 5경기에서 멈췄다.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5일 기자회견에서 박주영 관련 질문은 또 나왔다. 최 감독의 답변은 더 명료해졌다. "이동국과의 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향후 변화나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다. 대표팀 선수구성이나 운영에 참고할 것이다." 박주영이 부진할 경우 발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 이상 박주영은 A대표팀의 중심이 아니다. 최강희호 공격의 핵은 이동국(33·전북)이다. 짜여져 있는 '이동국 시스템'에 박주영이 맞춰야 한다. 옵션이다. 밀리면 언제든지 다른 인물이 채울 수 있다. 최 감독은 최종예선 매 경기를 '결승전'이라고 했다. '이기는 축구'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근간을 흔들 순 없다. 중심은 수술하기 힘들다. 옵션은 다르다. '이기는 축구'에 저해된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칼을 꺼내들 수 있다. 박주영을 향한 최 감독의 시선은 냉정하다.


◇최강희 감독과 박주영
반면 홍 감독은 감성적이다. 둘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호흡했다. 당시 프랑스 AS모나코 소속이던 '와일드카드' 박주영은 천군만마였다. 아쉽게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실패했다. 이란과의 극적인 3~4위전(4대3 승)을 마친 후 홍 감독과 박주영의 뜨거운 포옹이 화제가 됐다. "대회 전에는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15~16년 동안 축구를 했지만 후배들이 나에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깨우쳐 줬다. 축구를 떠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박주영의 감격이었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 홍명보호는 새 그림을 그려야 한다. 18명의 최종엔트리 가운데 3명의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는 최고의 관심시다. 과거가 있기에 박주영의 승선 여부에 눈길이 간다.

5일 홍 감독에게도 박주영 관련 질문이 있었다. 조심스러웠으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사랑의 향기가 진동했다. 그는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박주영과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지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선수가 가장 힘들 것이다. 누가 누구를 충고하고, 비판하겠느냐. 박주영은 어렸을 때부터 한국 축구의 주역이었다. 앞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박주영은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와일드카드 후보군에 박주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같한 정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객관적인 잣대를 적용해야 하는 감독으로서의 본분은 잃지 않았다. "올림픽이 열리는 7월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나도 경험했지만 와일드카드는 압박과 책임감이 따른다. 다만 지금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거론으로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회복해서 예전의 좋은 경기력을 찾는 것을 응원해야 할 시기다."


박주영의 현주소는 초라하다. 2011~2012시즌 꿈의 아스널로 이적했다. 배번 9번을 달았다. 그러나 7개월이 흐른 현재 그가 설 곳은 없다. 아스널이 올시즌 치른 40여 경기에서 5차례 출전에 불과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에서 각각 1경기, 중요도가 떨어지는 칼링컵 3경기에 출격했다. 1월 23일 맨유전 교체 출전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간간이 리저브(2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소속팀의 입지는 대표팀 경기력과 직결된다. 두 대표팀 사령탑의 '박주영 인식'은 엇갈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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