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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연봉 15억원 시대의 명암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01-06 14:23 | 최종수정 2012-01-06 14:29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은 김정우(오른쪽)와 이철근 전북 현대 단장. 사진제공=전북 현대 구단

협상테이블에 앉은 성남은 기겁을 했다. 연봉 7억~8억원을 적정가라 판단했다. 그는 17억원을 요구했다. 입장차가 워낙 커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프로의 세계는 결국 돈이다. 선수의 가치도 돈으로 결정된다. 성남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김정우(30)가 연봉 15억원 시대를 열었다. 출전, 승리 수당 등 옵션을 포함하면 17억원선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이정표다. 1983년 태동한 한국 프로축구사에 순수 연봉으로 15억원을 받은 국내파는 전무하다. 10억원 내외의 고액 연봉자들을 손에 꼽을 정도다. 그의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미드필더와 공격을 넘나드는 김정우는 K-리그 최고의 카드다. 'FA(자유계약 선수)'로 풀리기도 전에 러브콜이 폭주했고,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그는 최고액을 제시한 전북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은 여전히 지울 수 없다. 최고가 되기 위해 김정우가 쏟아낸 굵은 땀방울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서른 고개를 넘은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프로축구 시장이 과연 15억원의 초고액 연봉을 포용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축구 뿐이 아니다.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 구단 가운데 자생력이 있는 구단은 단 한 팀도 없다. 시장의 법칙과는 거리가 멀다. 대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팀은 풍족하다. 시도민 구단은 늘 가난하다.

전북의 모기업은 현대자동차다. 지난해 2년 만에 K-리그 우승컵에 입맞춤한 후 임진년 아시아 정상 탈환을 위해 다시 주머니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재계약한 이동국의 연봉이 10억~1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10억원대 선수를 2명이나 보유했다. '내 돈 쓰는데 왜'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승부조작의 파문을 겪은 K-리그는 갈 길이 멀다. 관중석에는 빈 자리가 더 많다. 전북의 지난해 공식 집계 관중수는 25만9790명(평균 1만6237명·16경기)이다. 관중 수입은 10억원을 밑돈다. 반면 리그 최고의 흥행구단 FC서울(2011시즌 총 관중 44만8027명·평균 2만8002명)의 관중 수입은 30억원을 넘는다. 토종 최고액 선수의 기본 연봉은 4억원에 불과하다. 김정우의 연봉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낮다. 소재가 흥미진진하면 자연스럽게 팬은 몰린다.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데에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책임도 크다. 고통분담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북의 '돈잔치'는 기형적이다. 밑 빠진 독 물붓기다. 환경은 성숙되지 않았다. 독야청청, 홀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모기업의 지원만으로 험난한 파고를 넘는다는 발상이라면 K-리그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


상대적 박탈감은 K-리그 전체의 행보를 무겁게 하고 있다. 1억~2억원 쯤은 돈도 아닌 세상이 됐다. '몸값 인플레'는 현실이다. 부르는 것이 값이다. J-리그에서 K-리그로 유턴하는 이근호(27)가 수원에서 울산으로 급선회한 이유도 돈 때문이다. 몸값이 10억원에서 12억원 수준으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K-리그로 복귀하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A선수의 경우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봉 5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여의치 않자 J-리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무한한 애정을 쏟아부은 국내 팬들을 위한 마지막 봉사와 유종의 미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수도권의 한 단장은 "공멸의 길이다. 연봉 얘기하기가 무섭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사무국장은 "돈이 휴지조각이 된 기분이다. 억억하는 소리가 아무렇지 않게 들려온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K-리그 현장의 한 감독은 "관중 실적이나 구단 규모에 비해 인건비 등 몸값이 과도하다. 거품의 30~40%는 빠져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프로스포츠 가운데 몸값을 공개하지 않는 종목은 축구가 유일하다. 연봉 공개를 통해 몸값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생의 길이 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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