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2008년 시즌을 마치고 확실한 용병 킬러가 필요했다. 뭔 곳에서 찾지 않았다. 당시 대구FC에서 뛰었던 브라질 용병 에닝요(30·전북)였다. 날카로운 프리킥과 드리블 돌파력을 갖춰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최 감독이 그때부터 구상했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하기 위해 에닝요가 적임자였다. 에닝요는 그라운드 밖에서의 생활도 건전했다. 술을 단 한 잔도 못한다. 우승 축하연에서도 맥주 한 잔이면 충분하다.
에닝요는 전북 구단과 최 감독을 좋아한다. 지금 같은 조건이라면 다른 곳으로 떠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공격 축구를 마음대로 하게 해주는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까지 갖고 있다.
전북이 에닝요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이 보다 더 훌륭한 용병을 구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에닝요의 킬러 본능은 큰 경기에서 빛난다. 평소 내신 성적까지 좋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에닝요는 기복을 모르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2009년 K-리그 10골(12도움), 지난해 18골(10도움), 올해 8골(5도움)을 뽑았다. 에닝요는 항상 K-리그 토종 대표 킬러 이동국(전북)의 그늘에 가려 있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주머니 속 송곳 같다. 무척 날카롭고 언제 상대를 찌를 지 모른다. 지난 5일 알 사드(카타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하지만 에닝요는 그 경기에서 전북이 승부차기 끝에 패하자 울분을 터트렸다. 체력이 완전히 소진돼 경기 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후 남은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는 결의를 했다. 빨리 알 사드전 패배의 아픔을 잊었다.
최강희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에닝요가 "이번 울산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고향(브라질)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에닝요의 그 말은 사실 농이 절반 이상 섞여있었다. 에닝요의 우승을 향한 남다른 각오를 농을 담아 표현했던 것이다. 최 감독은 용병의 이런 마음 자세가 고마웠다.
아직 전북은 우승하지 않았다. 우승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에닝요가 전북에 두 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안기고 고향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울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