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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의 실수로 비겼지만 꺼져가던 한국 축구의 위용을 되살린 명승부였다.
최근 막을 내린 A대표팀의 중동 원정 2연전(아랍에미리트, 레바논)은 답답한 흐름의 연속이었다. 이름값은 무늬에 불과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지난 4일 시작된 국내전지훈련부터 발을 맞춘 K-리거와 아마 선수들을 주축 카드로 꺼내들었다. 아우들이 형보다 나았다.
기본에 충실한 교과서적인 축구를 했다. 한국 특유의 투지가 살아났다. 강력한 압박이 돋보였다. 상대가 볼을 잡으면 2~3명이 에워쌌다. 상대의 패스, 볼컨트롤 미스가 속출했다.
물론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찬스에도 한 골밖에 넣지 못한 골결정력은 숙제로 남았다. 측면에 비해 중앙 공격의 빈도도 적었다. 전반 종료 직전 박종우의 무리한 태클로 페널티킥을 헌납한 것은 국제 경험 부족에서 나온 실수였다.
그러나 카타르전은 희망의 싹이었다. 경기를 압도하며 중동 원정의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선수들에게는 선물이다. 해외파 전원을 소집할 수 없는 홍명보호는 변수가 넘친다. 베스트 11이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진용은 문제가 아니었다. 누가 뛰더라도 충분히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홍 감독은 "뜻하지 않게 페널티킥을 허용해 경기가 어려워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며 "승점 3점을 목표로 했던 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냈다. 우리 팀에 힘이 된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귀국한 올림픽대표팀은 27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3차전을 치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