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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한-일 여자축구, 고베의 지소연은 속상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11-14 14:03 | 최종수정 2011-11-14 17:0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의 주역인 지소연(20·고베 아이낙)은 실업 1년차인 올해, 일본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일본 여자축구 실업리그 나데시코리그에서 7골 5도움을 기록하며 고베 아이낙의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 직후 동료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지소연은 울지 않았다. "느끼는 게 좀 달라요"라며 입을 꼭 다물었다.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만큼 개인적으로 성공적인 한해를 보냈지만, 한국대표팀 이야기만 나오면 이내 표정이 어두워진다.

'적와의 동침'이다. 한국 여자축구가 하향일로를 걸은 올해, 일본 여자축구는 최고의 한해를 맞았다. 2011년 독일여자월드컵 우승에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 티켓을 가볍게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독일월드컵 우승 이후 일본의 여자축구 열풍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남의 일'로 지켜봤다. "우승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고베에는 '여자축구 영웅' 사와 호마레를 비롯 가와스미 나호미, 오노 시노부 등 7명의 일본 국가대표가 있다. 지고는 못사는, 한국 최고 에이스로서 자존심이 상했다. 사와를 인터뷰하러 온 일본 취재진으로부터 한국과 일본의 여자축구를 비교하는 질문도 수없이 받았다. 올림픽 예선 한-일전 때 가와스미, 다나카 아스나 등 '절친'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나호언니' 나호미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지소연은 인사를 받지 않았다. 그만큼 비장했다. 일본전에서 패한 후, 런던행에 실패하고 소속팀에 복귀한 지소연은 속이 많이 상했다. 일본 동료들과 그라운드 밖에서 허물없이 어울린다. 수다의 8할은 여자축구 이야기다. 월드컵, 올림픽 이야기가 어김없이 나온다. 그때마다 지소연은 "월드컵 이야기는 제발 그만!"이라며 농반진반 소리를 지른다고 했다. 속이 편치 않다. 상심이 컸던 탓일까. A매치 이후 한동안 100%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19세 이하 대표팀, 16세 이하 대표팀마저 연령별 월드컵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는 소식에 지소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난 12일, 여자월드컵 주역 7명을 보유한 고베의 우승 현장은 뜨거웠다. 월드컵 우승의 열기가 국내리그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100여 명의 취재진이 사와 등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고베의 홈 경기가 열린 홈즈스타디움 고베를 향하는 지하철역엔 도시락을 챙겨든 관중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선수들의 유니폼과 기념품 역시 불티나게 팔렸다. 엄마, 아빠를 따라나선 5세 꼬마부터 70세를 훌쩍 넘긴 노인들까지 다양한 관중들이 직접 티켓을 구입한 후 응원전을 즐겼다. 한번 좋아하면 좀처럼 변치 않는 일본 국민성으로 미뤄볼 때, 일본축구의 열기는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여자축구 신드롬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한국의 20세 이하 월드컵 3위,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 때의 열기를 떠올렸다. 그래봐야 불과 1년 전이다. 지소연-여민지로 대표되는 한국 여자축구가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정부는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해 3년간 185억원을 투입한다고 했었다. 전시 행정만 요란했다. 런던올림픽도 없고, 17세 이하, 20세 이하 월드컵도 없다. 변변한 A매치 하나 없는 한국 여자축구, 내년이 더 걱정이다.
고베(일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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