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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지자 중계석에 앉아 있던 아버지는 할 말을 잃었다. 정적이 흘렀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중계석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차두리(31·셀틱)가 11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4차전에서 쓰러진 순간이었다. 상대 공격수가 발목을 밟았다. 한참을 누워있던 차두리가 다시 그라운드로 복귀하자 차 위원은 "타박상 정도로 보여지는데요"라고 말을 뗐다.
2011년 차두리의 부상 일지는 A매치 시기와 일치한다. 악연의 시작은 지난 2월이었다. 카타르아시안컵을 마치고 소속팀에 합류하자마자 발목 건(힘줄)이 파열됐다. 셀틱이 라이벌 레인저스와 리그 우승을 다투던 중요한 시기였다. 주전 수비수 차두리의 공백은 뼈 아팠다. 셀틱은 리그 우승을 놓쳤다. 차두리는 자책했다. 때문에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대의 목표로 "부상없는 한 시즌"을 꼽았다. 그러나 9월 11일에 열린 쿠웨이트와의 아시아지역 3차예선 2차전에서 다시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을 다쳤다.
'대표팀=부상'이라는 고정관념이 레넌 감독의 머리 속에 자리 잡혔을 터. 레넌 감독은 이번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차두리에게 특별히 부상 경계령을 내렸다고 한다. 차두리의 부상은 대표팀에도 치명타다. 측면 수비의 붕괴는 물론 분위기상 대표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상태는 불안하다. UAE전에서 발목 신경을 다쳐 감각이 무디다. 더 큰 문제는 차두리를 올해만 세 차례 다쳤던 햄스트링. 13일 레바논에서 가진 대표팀의 첫 훈련에도 햄스트링 통증으로 불참했다. 대표팀 의료진은 하루만 휴식하면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했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다. 하지만 건강히 90분을 마친다면 부상과의 악연을 끊을 수 있다. 스스로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대표팀의 최종예선 진출확정과 동시에 환하게 웃는 차두리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