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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승부조작 제의? 무승부 원하는 사연은

기사입력 2011-11-14 03:34 | 최종수정 2011-11-14 08:43


"경기에서 져주면 아이폰 4S를 공짜로 줄께요."

차영일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대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대표팀이 쓸 심카드(휴대전화 유심칩)를 사기 위해 13일 오전 레바논 베이루트 시내 전자상가에 갔을 때였다. 차 대리가 입은 A대표팀 트레이닝복을 알아본 점원은 져달라고 부탁했다. 차 대리는 아무 대꾸없이 미소만 지은 뒤 값을 치르고 나왔다.

2시간 후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 조광래호의 훈련에 레바논 축구협회 직원이 나타났다. 그는 한국 취재진에게 다가왔다. "우리 사이좋게 비기는 것이 어떠냐. 비기면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어이없는 발언에 취재진들 역시 차 대리와 마찬가지로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레바논이 무승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A대표팀은 물론 한국 관계자들과 만날 때마자 '비기자' 혹은 '져달라'고 얘기한다. 물론 농담삼아 한 말이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있다. 이유가 있다.

레바논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한국은 물론이고 쿠웨이트나 아랍에미리트(UAE)보다도 한 수 아래 전력으로 여겨졌다. 9월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0대6으로 대패할 때만 해도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이후 달라졌다.

UAE와의 홈경기(2차전)에서 3대1로 승리했다. 쿠웨이트와의 홈경기로 열린 3차전에서는 2대2로 비겼다. 원정 4차전에서는 1대0으로 이기고 돌아왔다. 2승1무1패로 승점 7점이 된 레바논은 2위에 올라있다. 조2위까지 최종예선에 나설 수 있다. 최종예선행이 가시화되자 팬들의 기대감은 커졌다. 원정에서 쿠웨이트에 승리했을 때 베이루트 시내는 떠나갈 듯한 함성에 휩싸였다.

이번 한국전 역시 기대감은 높다. 하지만 한국은 어려운 상대라는 것을 잘알고 있다. 쉽지 않다. 나름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한국을 상대로 승점1이라도 따낸다면 성공이다. 승점8이 되면 조2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게 된다. 강팀과 비겼다는 자신감도 얻게 된다. 상승세를 탄 뒤 UAE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로 최종예선에 가기를 원하고 있다. 레바논 사람들은 "우리는 월드컵 언저리의 냄새라도 맡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최종예선 진출 의지가 강렬하다. 시나리오의 첫 단추는 한국전 무승부다.

하지만 자신들의 뜻대로 가기는 쉽지 않다. 조광래호 역시 필승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 UAE전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 레바논전에서 승리해 최종예선행을 일찌감치 확정지으려 한다. 이용래는 "열심히 하겠다. 그리고 꼭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베이루트(레바논)=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어른들만 보는 검열직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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