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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 지난 10월 31일 전격적인 사의 표명을 했다.
올 시즌 눈에 띄는 전력 보강 없이 얄팍한 스쿼드로 6강행 마지막까지 선전을 펼쳤다. 지동원(20·선덜랜드) 이적, 승부조작 연루 등 잇단 악재 속에서도 전북 포항 서울 수원 등 강팀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끈끈한 '정해성식 축구'를 보여줬다. 부산(승점 46) 울산(승점 46)에 승점 3점 뒤진 7위(승점 43)로 시즌을 마감했다. 구단과 팬들의 평가는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지만 정 감독의 스스로를 향한 평가는 냉정했다. 6강 불발과 관련 "프로로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먼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전남에 처음 발을 내디딘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정 감독의 평가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 의식이 그를 움직였다. 내년까지 1년 계약기간이 남아 있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1995년에 창단, 내년이면 18년차 중견구단이 되는 전남의 환골탈태를 역설했다. 매년 똑같은 선수단, 구태의연한 시스템 속에서 과거의 영광를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전남의 '레전드'로 불리는 코칭스태프에게도 자발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팀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크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젠 축구와 팀, 선수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좀더 고민해야 한다.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이 서로 믿고 공감할 때 힘이 생긴다"고 했다. 고집스런 정 감독의 사의 표명은 감독직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