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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빼도 박도 못하는 직속 선후배'라 할 만하다.
윤 감독과 최 감독은 걸어온 길은 비슷하지만 다른 열매를 먹고 살았다. 윤 감독은 수비 전문의 '깡다구 인생'이다. 최 감독은 골잡이로 한 시대를 풍미한 '화려한 슈퍼스타'다.
말쑥한 고급 정장을 입는 최 감독에 비해 윤 감독은 매경기 트레이닝복을 고집한다. 최 감독은 정장을 입고도 포효하는 화끈한 스타일, 윤 감독은 트레이닝 복을 입고도 벤치에선 조용 조용한 신사다. 모든 것이 엇박자다.
이미 이번 라이벌전을 앞둔 기자회견(1일)부터 열전 조짐이 있었다. 수원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이란 원정을 끝내고 돌아온 뒤 사흘만에 경기를 해야하는 것을 두고 최 감독은 "체력과 시차적응 등 이런 것을 이겨내야 진정한 명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전해들은 윤 감독은 이날 경기전 "알겠는데. 자기네들(서울)이나 잘 하라고 해달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리고 1대0으로 이긴 뒤에는 "(최 감독의 명문팀 발언에 대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이쪽이나 저쪽이나)자꾸만 말로 축구를 하는 것 같아 보인다.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발로 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1일 기자회견 당시 윤 감독이 넥타이를 하고 오지 않은 것도 뒤늦게 논란이 됐다. 당시 최 감독은 "내가 넥타이를 하고 온 것은 수원과 윤 감독님께 예의를 갖춘 것"이라며 은근히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윤 감독을 겨냥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수원 관계자는 "명확히 해둘 것이 있다. 삼성 그룹은 기본적으로 노타이다. 이건희 회장님도 넥타이를 잘 하지 않으신다. 윤 감독이 노타이로 상대에 예의를 갖추지 않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식대로 예의를 갖췄다"고 말했다. 당연히 서울쪽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런 말들이 오간다고 해서 그라운드 밖에서 윤 감독과 최 감독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축구에 관한 그들만의 전쟁이다. 개인적인 선후배 관계는 이와는 별개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다가올 플레이오프에서도 또 한번의 볼거리를 기대하고 있다. 수원=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