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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10대1 인터뷰]곽태휘 "다시 시작한다면 공격수하고싶어"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09-27 10:41


울산 현대 중앙 수비수 곽태휘는 정규리그 7골을 터트려 팀 내 득점 1위다. 곽태휘는 "다시 축구를 시작한 고교시절로 돌아간다면 공격수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울산의 클럽하우스 서부구장에서 포즈를 취한 곽태휘. 울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지난 7월 울산 현대가 리그컵대회에서 우승한 직후 구단 프런트는 깜짝 놀랐다. 선수들이 선수단 회비 중 일부를 떼 구단 프런트를 위한 회식비로 내놓은 것이다. 우승 보너스를 챙긴 선수들은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들까지 챙겼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곽태휘가 주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했다.

울산 중앙수비수 곽태휘(30)는 말수가 적고 성실하다. 좀처럼 실없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깨에 힘을 주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런데 멋쩍은 웃음, 무심한 듯한 눈빛 속에 강한 카리스마를 담고 있다. 김호곤 감독은 지난 겨울 J-리그 교토상가FC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곽태휘에게 바로 주장 완장을 맡겼다. 그런데 알고보니 주장 전문이다. 대구공고시절부터 중앙대, 전남 드래곤즈에서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주장 유전자'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수비수인 곽태휘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게 골로 자주 연결되고 있다고 했다. 골의 순도도 최고다. 7골 중 4골이 결승골이다. 울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빛과 소금. 곽태휘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정규리그에서 7골을 터트려 설기현(3골) 김신욱(6골) 등 전문 공격수들을 제치고 팀 내 득점 1위다. 7골 중 무려 4골이 결승골이다. 그가 골을 넣은 경기에서 울산은 4승1무를 기록했다.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시즌 막판, 해결사 곽태휘 덕분에 울산은 6강 진출의 희망을 살릴 수 있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전(2대1 승)과 상주 상무전(3대1 승)에서 잇따라 결승골을 넣은 곽태휘는 24일 인천 유나이티드전(2대0 승)에서 설기현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울산의 3연승을 온 몸으로 이끈 것이다.

늦었지만 황소걸음으로 한 길을 걸어왔다. 대구공고 1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프로선수 대다수가 초등학교, 늦어도 중학교 때 선수의 길에 들어서는데 늦어도 한참 늦었다. 곽태휘는 "축구가 좋아서 공을 차기 시작했고, 지금도 축구가 즐겁다. 동료들과 함께 공을 차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경기장에서는 카리스마를 뿜어내지만 집에서는 다정다감한 아빠다. 2009년 첫째 아들 시훈이가 태어났고, 지난달 둘째 시연이를 얻었다. 그런데 팀 일정 때문에 시연이 얼굴을 딱 두번 봤단다.


울산 주장인 곽태휘는 과묵한 듯 하면서도 유한 캐릭터다. 주장 유전타를 타고 난 듯 하다. 대구공고와 중앙대, 전남 드래곤즈 시절에 이어 네번째로 주장 완장을 찼다. 울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신입생 때 말이 없는 형이 무서웠어요. 전남에 같이 있으면서 좀 편해진 것 같은데, 요즘은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그러나요.(김치우·28·상주 상무·중앙대 1년 후배)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우며)치우야, 사회에 나오면 조금 덜하지만 우리 학교 다닐 때는 1년 차도 하늘과 땅 같잖아. 내가 특별히 엄하게 한 건 아닌데 경상도 남자(곽태휘는 고향이 경북 왜관)다보니 말수가 적어 후배들이 어려워했던 것 같다. 요즘 우리 팀에는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는 애들도 있다. 내가 먼저 어린 친구들에게 다가가 농담도 하고 그런다. 그나저나 군에 있으면 정신적으로 힘들텐데, 잘 적응하고 있는 거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헤딩을 잘 할 수 있어요. 키가 커서 그런것 같지는 않고, 비결이 뭐죠?(김정우·29·성남, 박은호·24·대전)


정우야, 공이 머리로 오니까 헤딩으로 골을 넣는 거다.(웃음) 나같은 수비수는 거의 세트피스에서만 골을 넣을 수 있잖아. 너처럼 발로 공이 오면 발로 넣겠지만 나한텐 주로 머리로 공이 온단다. 나도 발로 골을 넣고싶다.(웃음)


허정무 인천 감독은 곽태휘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스승이다. 허 감독은 전남 사령탑 시절 곽태휘를 서울에서 영입해 중용했다. 곽태휘는 "허 감독님을 통해 눈구에 눈이 떴다"고 했다. 울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혹시 득점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냐. 공격수로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어.(이동국·32·전북)

다시 축구를 시작했을 때로 돌아간다면 공격수를 하고 싶어요. 형처럼 한국이든, 아니면 더 큰 무대에서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고등학교(대구공고) 들어가서 축구를 시작했어요. 물론 처음엔 후보였고요. 마침 공격수와 수비수 자리가 하나씩 비었는데 감독 선생님이 수비수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선택할 입장이 아니었지요. 다들 초등학교, 늦어도 중학교 때 축구를 시작했는데 고집을 피우다가는 한 경기도 못 뛸수 있었거든요.

-너 요즘 골이 장난이 아니다. 김신욱처럼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전향할 생각은 없냐.(설기현·32·울산)

요즘 골을 많이 넣으니까 자꾸 그런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팀에는 형만한 공격수 없어요. 형이 계속 앞에 서요. 제가 뒤를 받칠테니.

-형, 나도 앞으로 결혼을 해야할텐데. 빨리 하는 게 나아요, 아니면 늦게 하는 게 좋아요.(김신욱·23·울산·원정 때 룸메이트)

너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것 같더라. 내 경험으로 볼 때 빨리 결혼해서 가정 꾸려야 돈도 모으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다. 너같은 스타일은 빨리 결혼하는 게 좋다. 운동에 전념할 수도 있고.


수비수인 곽태휘가 골을 넣을 기회는 한정돼 있다. 세트피스에서 공격에 가담해 주로 헤딩으로 골을 노린다. 곽태휘는 김정우가 헤딩에 강한 이유를 묻자 "나도 발로 넣고 싶지만 헤딩골을 노릴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울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지난 번에 경기장에 오신 형수님 봤어요. 첫사랑인가요.(이진호·27·울산)

어릴 때, 대학교 때 집사람을 만났다. 물론 그전에도 만난 사람이 있었지만 오래 간 적이 없으니 첫 사랑이나 마찬가지지. 너 그런데 그런걸 왜 묻는 거냐. ㅎㅎㅎ

-사실 전남에서 처음 너를 봤을 때 좀 늦은 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참 멋지게 성장을 해 뿌듯하다. 이제는 고참이 됐는데 축구를 좀 알 것 같니.(허정무 인천 감독·56·전남 시절 사제지간)

서울에 있을 때는 막 프로에 들어왔기 때문에 패기와 열정으로만 축구를 했어요. 전남에서 감독님과 짧았지만 함께 했을 때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전남 시절을 기점으로 축구에 눈을 뜨고 한단계 성숙해진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배우는 게 어렵다고 하는데 전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과 함께 했던 전남, 대표팀에서 축구를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감독님께 한번 더 배우고 싶어요.(허 감독은 전남 감독으로 있던 2007년 7월 서울 소속이던 곽태휘를 영입했다. 그해 12월 A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허 감독은 곽태휘를 대표로 중용했다)

-말수도 적고 밖에 나가는 것도 안 좋아하시고 조용한 스타일이신데, 그렇게 예쁜 형수님과 결혼하려면 어떤 작업 노하우가 필요해요.(정인환·25·인천·전남시절 함께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던 후배)

그러는 너는 작업을 어떻게 하니. ㅎㅎㅎ 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만나가면서 상대를 차츰 알게되고 사랑을 키우는 거지. 너도 덩치에 비해 내성적인데 나랑 비슷한 스타일 아니냐.


곽태휘가 울산 클럽하우스 앞 기념물 앞에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울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보신 음식 안 좋아하시는 체질이잖아요. 밥은 다 잘 드시는걸로 아는데, 체력 관리를 위해 꼭 한가지 추천하고 싶은게 있다면.(정인환)

어릴 때부터 약이나 보양식을 챙겨먹은 기억이 없다. 편식 안 하고 모든 음식을 있는대로 잘 먹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지. 식사를 할 때 밥을 적게 먹는 대신 반찬을 많이 먹는다. 특히 된장찌개나 김치, 나물같은 토종 음식을 좋아해.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 몸에 잘 맞는 것 같다. 피자같은 건 입에 안 맞더라고.

-축구선수는 일반 직장인 아빠에 비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적잖아요. 시간이 날 때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주나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김영후·28·강원·지난 주 득녀)

운동 선수는 다 똑같다. 그것 때문에 나도 와이프한테 엄청 혼나고 욕먹고 있다.(웃음) 잘 해주고 싶은데 밖에 있는 시간 많다보니 쉽지 않아.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에 짬짬이 점수를 따 둬야해. 딴 거없다. 시간 날 때 무조건 아이랑 놀아줘라. 그런데 잠깐 놀아주기는 쉬워도 1시간 넘어가면 힘들어진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를 방치하게 되더라고.(웃음)

-형, 나랑 같이 대표팀에 있을 때도 골을 곧잘 넣었잖아요. 수비수인데도 골을 잘 넣는 비결이 도대체 뭐죠. 저도 골 더 많이 넣고 싶어요. 가르쳐 주세요.(신형민·25·포항, 오장은·26·수원)

내가 골 넣는 건 거의 세트피스 때다. 현대 축구에서는 세트 플레이가 중요한 것 같아. 그 중요한 상황에서 집중한 게 골로 연결됐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세트피스 훈련 때 키커가 정해져 있잖아. 키커한테 나를 보지 말라고 한다. 키커가 길게 찰 수도 있고, 짧게 찰 수도 있는데, 사람을 보지 말고 공간을 정해서 차라고 해. 그럼 내가 그 위치로 가서 공을 따내면 되니까. 골도 넣다보니 노하우가 생기더라. 집중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감이 오더라고.


곽태휘는 세트피스 때 키커에게 사람을 보고 공간으로 공을 차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키커가 공을 골리는 공간으로 파고들어 헤딩을 노린다고 했다. 울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형이라 몸싸움을 해보면 단단하다는 게 느껴져요. 도대체 뭘 먹길래 그렇게 몸이 좋아요.(이승렬·22·서울)

승렬아, 네가 몸싸움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거 아니냐. ㅎㅎㅎ 너도 몸싸움을 하면 강한데, 네 스타일대로 세밀하게 공을 차려는 경향이 있지. 특별히 먹는 거 없다. 건강한 몸을 주신 아버지 어머니에게 감사해야지. 다른 사람보다 근육같은 게 좋은 거 같다.

-수비수가 팀 내 득점 1위라니 대단하다. 올해 넣은 골 중 최고의 골이 뭐냐.(데얀·30·서울)

내가 넣은 골 대부분 결승골이다. 팀 승리로 이어진 골이기에 골 하나 하나가 최고의 골이라고 생각한다. 공격수도 골을 넣으면 짜릿하겠지만 수비수도 마찬가지야. 지난 번에 네 10대1 인터뷰 봤다. 한국 용병사를 바꿀 최고의 용병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용병 기록을 모두 깨길 바란다. 단 우리 팀과 경기할 때는 골 넣기 없기다.

-너, 나 믿니. 다시 태어나서 축구하면 누구랑 에이전트 할거니.(김양희 오앤디 사장·43·소속 에이전트사 대표)

사장님이 맨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또하나의 가족이라고 말씀하셨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장님이 저를 믿듯이 당연히 저도 사장님을 믿고 있어요.(곽태휘는 2007년 7월 서울에서 전남으로 이적할 때 김 사장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어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서 부상해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곽태휘는 "나만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표팀에서 더 잘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울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오스트리아에서 벌어진 벨라루스와 평가전 때 다쳐서 끝내 월드컵을 함께 하지 못했죠. 그때 정말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힘들어하는 형을 보고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 지 몰라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평생의 꿈인 월드컵 출전의 꿈이 좌절돼 힘들을 그 시절을 어떻게 극복했는 지 궁금해요.(오범석·27·수원)

아무것도 아닌 연습경기에서 다쳐 준비했던 모든 게 헛것이 됐으니 실망이 컸지. 하지만 이전에 무릎을 크게 다친 적이 있어 마음은 아팠지만 그래도 덜 힘들었던 것 같다. 실망해봤자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빨리 마음을 추스르자고 생각했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잖아.

-요즘 너 하는 걸 보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표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냐.(정해성 전남 감독·53)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대표선수나 저나 모두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대표팀에서 실수도 있었지만 다시 뽑힌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곽태휘는 26일 발표한 A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7일 상주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곽태휘가 환호하는 모습. 사진제공=울산 현대
-부상으로 나도 정말 힘들었는데, 부상을 극복한 원동력이 뭐였지.(라돈치치·28·성남·9개월간의 재활치료와 훈련 끝에 최근 복귀)

너도 해봐서 잘 알겠지만 재활훈련은 혼자와의 싸움이다. 길어질수록 나태해지고 더 힘들어진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서 참았다. 쉴 때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내가 뛰는 모습을 그려봤다. 성남전 때 네가 공을 잡고 등을 지고 있으면 덩치가 너무 커 공이 안 보였다. 힘도 좋고 골 결정력도 정말 좋고, 넌 정말 최고의 공격수다. 하지만 다음에 만나면 최대한 막아보겠다.(웃음)

-징크스가 있나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해소해요.(김동섭·22·광주)

징크스 같은 건 없다. 오버 안 하고 흐트러지지 않고 내 게임을 하려고 한다. 일단 집에 가면 축구 이야기를 안 한다. 가족이랑 함께 있을 때 되도록 밖에 나가려고 한다. 식사도 하고 짧은 여행을 한다. 얼마 전에 가족과 함께 해운대 바다 냄새 맡고 왔다. 큰 게 아니지만 차 안에서 함께하고, 휴게소 들러 함께 식사 하는 게 좋다.
울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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