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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아빠요?" 아버지가 아닌 '아빠'였다. 부자간의 호칭은 그들만의 자유지만 '아빠'라는 말이 정겹게 다가왔다. 눈치를 챘는지 김신철은 "아빠가 집에서도 워낙 재미있으셔서 집에서는 친구처럼 지내요. 아직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아빠라고 불러요"라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아빠가 기회를 꼭 잡아보라고 하셨어요. 지난 4~5월 소집때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해 아빠가 더 서운해 하셨는데 열심히하면 잘 될 거라고 응원해주셨어요. 이번에는 꼭 선발돼서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싱글벙글 웃는 김신철의 얼굴은 김 코치의 웃는 모습 판박이였다.
그런데 친구 같은 아빠는 프로에서 10시즌 동안 44골 16도움을 기록한 대선배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라운드 위에서의 대화는 누구보다 냉철하다. 김 코치는 초등학생 아들이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했을때 반대했다. 어렵게 운동했던 자신의 과거를 아들이 따르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피는 속일수 없는 법. 김 코치의 갖은 만류에도 김신철은 축구화를 벗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훈련에 나서고 있다. 이제 아빠는 아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길 자처하고 있다.
아들의 단점을 콕콕 찌른 조언이었다. 그는 "실제로 지난 소집훈련에서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아빠한테 그 말 듣고 이틀동안 적극적으로 나섰다. 몸싸움도 더하고 약한 수비력을 보완하기 위해 한 발 더 뛰었다"고 했다. 효과는 있었다. 박건하 올림픽대표팀 코치가 "이런 모습이 있는지 몰랐네"라며 적극적인 모습을 칭찬하고 나선 것. 아빠의 조언이 제대로 통했다.
김봉길-김신철 부자의 올림픽무대를 향한 꿈은 부자의 정 속에 함께 영글어 가고 있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