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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 앞세운 독수리, 황새를 떨어트렸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07-17 22:17


FC서울 데얀(왼쪽)이 17일 포항스틸러스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뒤 이승렬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포항=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몬테네그로 출신 공격수 데얀(30)은 인터뷰 때마다 "서울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 FC서울은 최고의 팀이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는다. 그런 데얀을 서울 팬들은 '데얀민국'이라고 부른다. 팀의 간판 공격수로서 활약이 꾸준하고, 겸손하며, 감사할 줄 아는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K-리그와 인연을 맺은 데얀은 2008년 서울로 이적해 네 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그의 빼어난 득점력, 사력을 다해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비는 모습을 본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데얀을 닮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했다.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한 것이다.

한국생활 5년 차인 데얀에 대해 서울 관계자는 "한국인 정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구리에 있는 데얀의 아파트에 놀러갔더니 과자며 과일이며 끊임없이 먹을 것을 내놓더란다. 서울의 훈련장인 구리GS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이 끝나면 가족과 함께 서울 압구정동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즐기곤 한다.

최근 몇 년간 몬테네그로 대표팀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던 데얀은 지난해부터 이를 사양하고 있다. 대표팀 소집 때마다 발칸반도에 위치한 몬테네그로를 오가다보면 컨디션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서울에 대한 애정이 깊다보니, 서울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데얀이 최용수 서울 감독(38)에게 함박웃음을 선물했다. 1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와의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8라운드에서 2골을 터트려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7분 고명진의 패스를 선제골로 연결한 데얀은 전반 23분 추가골을 넣었다.

이날 경기는 한국축구의 간판 공격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43)과 '독수리' 최용수 감독, 두 젊은 사령탑의 맞대결이었기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지난 6월 11일에는 1대1로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두번째 경기에서 승패가 갈린 것이다.

최용수 감독은 데얀을 "한국선수보다 더 한국적인 선수다. 이타적인 모습으로 팀을 잘 이끌고 있는데, 그런 면이 경기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며 "동료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고,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톱 클래스의 공격수"라며 칭찬했다.

데얀은 매시즌 슬로 스타터라고 불릴 정도로 페이스가 늦었는데 올해는 초중반부터 득점력이 무섭게 달아올랐다. 최근 정규리그 4경기 연속골에, 정규리그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7골 1도움)다. 13골로 마침내 김정우(상주·12골)를 제치고 시즌 처음으로 득점 1위에 올랐다. 5시즌 146경기 만에 통산 80골 고지에 올랐다.


한편, 전남 드래곤즈는 이날 대구FC를 3대1로 제압했다.


포항=민창기 광양=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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