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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조작일까? 집단 항명일까?
신진원 코치가 대행을 맡았다. 이후 해외토픽감인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대전은 9일 포항(0대7 패), 16일 경남전(1대7 패)에서 무려 14골을 내줬다. 마치 갱에 따르기라도 한 듯 2경기 연속 7실점을 기록했다. 1983년 K-리그가 태동한 이후 처음 있는 사건이다. 앞으로 연출되기도 힘들다. K-리그는 승부조작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대전이 물을 더 흐리고 있다.
믿기지 않는 스코어에 축구가 본업인 K-리그 관계자들조차 아연실색하고 있다. "선수들이 왕 감독의 사퇴에 반발해 집단 항명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사장의 기행에 반기를 들었다" 등 소문이 무성하다. 대전은 부인하지만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은 사실이다.
구단주 염홍철 대전시장이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그는 지난해 6월 시장에 재당선된 후 "축구특별시 부활"을 외쳤다. 그러나 축구에 '정치 재갈'을 물렸다. 김광식 사장이 두 달 후 임기(3년)를 채우지 못하고 11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염 시장은 자금줄을 끊었다. 김 사장은 "가장 비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전 시티즌의 대표라는 직함이 정치적인 외풍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다. 저를 마지막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염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염 시장은 자신의 선거대책본부장 출신인 김윤식 사장을 선임했다. 최근 승부조작이 일어나자 선장을 교체했다. 인사가 만사지만 또 다시 악수를 뒀다. 1일 측근인 김광희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을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콘도 매입 문제와 인사청탁 등 각종 비리의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구단 이미지 쇄신 방향과 어긋난 인사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신임 김 사장은 안하무인이었다. 전임 사장은 왕 감독에게 "사퇴는 최고경영자 한 명으로 족하다. 계속해서 팀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전남전을 4시간 앞두고 왕 감독과 만나 일방적으로 경질을 통보했다. 왕 감독은 모양새가 아쉽다고 했지만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였다.
김 사장의 기행은 이 뿐이 아니다. 선수 면담 과정에서 "내가 오고 싶어서 이 자리에 왔는 줄 아느냐"면서 사기를 저하시켰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선장이 이런 투로 말을 하는 마당에 동력은 없었다.
선수단도 내부적으로 폭발했다. 고참인 K선수가 포항전 직후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후배들을 소집, '얼차려'를 했다. '원산폭격(뒷짐을 진 채 머리를 땅에 박는 가혹행위)'과 폭언을 했다. 프로에서는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을 소집, 반발을 샀다.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자연스럽게 경기력은 저하됐다.
대전 선수들은 프로의식을 잃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정관에는 축구는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 또한 공염불이다. 염 시장이 사고를 전환하지 않는 한 대전은 K-리그의 커다란 골칫덩이일 수밖에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